‘넘어졌어요’라는 말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허술한 운전자 보험을 악용해 거액을 챙긴 보험사기범 7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2010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운전자 보험 등 다수 보험 상품에 가입한 후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자전거 또는 일상생활 중 사고를 가장해 총 114건 약 10억8000여만원을 가로챈 보험 사기범 73명을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총 114건은 일상생활 중 사고 50건, 교통사고 42건, 자전거사고 22건을 합한 수치다.
경찰은 이 중 허위 교통사고를 기획해 지인을 끌어들이는 혐의(사기)로 A씨(56)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혐의로 70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야간에 술집을 전전하며 과자 등을 팔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2010년 1월쯤 경기도 안산에서 같은 일을 하는 지인과 고의로 추돌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수령한 뒤 허위 교통사고를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활이 어려운 주변 사람들을 보험사기에 끌어들여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지시하는 등 총책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사고에 가담해 보험금을 수령한 B씨(48)와 C씨(49)는 A씨와 별도로 지인들을 모아서 같은 수법의 보험사기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는 치료 후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전거나 일상생활 중 사고 관련 보험금 지급 절차의 허점을 서로에게 알려서 각각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거나 등산 중 넘어졌다는 등 자전거 사고 또는 일상생활 중 사고를 당한 것처럼 속여 장기 입원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챙기기도 했다.
교통사고의 경우 고의 사고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서로 친분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사전에 계획한 대로 뒷차가 앞차를 들이받고, 피해차량에 탄 사람과 가해차량 동승자가 입원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총 42건 6억5000만원 상당을 가로챘다.
일상생활 중 사고의 경우 별도 입증자료 없이 피보험인의 진술만으로도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 점을 악용, ‘등산을 하다 넘어졌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넘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다 넘어졌다’ 등 각종 사고를 가장해 장기 입원하는 수법으로 총 50건 약 3억2000만원 상당을 챙겼다.
자전거 사고를 가장한 수법은 일상생활 중 사고와 유사하게 ‘혼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 등으로 진술해 총 22건 약 1억700원을 가로챘다.
실제로 보험료가 저렴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절차가 허술한 운전자 보험에 여러 건 가입해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다는 진술만으로 뇌진탕 진단을 받고 60일을 입원해 12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례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다수 보험에 가입해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입수한 것을 계기로 수사에 착수했다”며 “금융감독원 등과 협조해 피의자들이 주로 입원한 요양병원, 한방병원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넘어졌어요' 보험사기 11억원 챙기고도 죄의식없는 73명 적발
입력 2016-05-26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