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의 발레리나가 오는 6월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의 전막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케네스 맥밀란 안무)에서 줄리엣 역으로 출연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발레리나 가운데 한 명인 알레산드라 페리. 페리는 6월 23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ABT 소속 수석 발레리노 에르만 코르네호(33)와 함께 무대에 선다.
이탈리아 출신인 페리는 1983년 19세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가 됐다. 특히 맥밀란이 안무한 드라마 발레 ‘메이얼링’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작품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1985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초청으로 ABT로 옮긴 뒤 2007년 44세에 은퇴할 때까지 맹활약했다.
은퇴 후 6년만인 2013년 그는 이탈리아 스플레토에서 직접 안무 및 주역을 맡은 ‘윗층의 피아노’로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같은 해 뉴욕 시그니처 시어터에서 미국 안무가 마사 클라크가 안무한 ‘셰리’ 초연, 2015년 로열발레단에서 웨인 맥그리거 안무한 ‘울프 작품집’ 초연에 잇따라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 ‘셰리’와 ‘울프 작품집’으로 영국의 권위있는 올리비에상 무용 부문 성취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 마침내 전성기 시절을 상징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출연하게 됐다. ABT 예술감독인 케빈 맥켄지의 제안으로 성사된 단 한 번의 특별공연이긴 하지만 간판 레퍼토리였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그의 출연은 이미 지난해 ABT에서 발표됐지만 공연을 한달 앞두고 영국과 미국의 매체에서 다시 한번 잇따라 다뤄지고 있다.
올해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현역 은퇴를 앞둔 강수진(49) 국립발레단 단장에 대해 한동안 국내 언론에서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라는 수식어를 달았었다. 하지만 페리는 강수진 단장보다 4세 위이지만 50세에 무대로 돌아와 아직까지 식지 않은 발레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44살이 되었을 때 계속 춤을 출 수 있을지 불안해졌다. 과거의 내 모습과 비교하다보니 점점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져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은퇴 후 처음 1~2년은 두 딸의 엄마 역할을 하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내가 집에 있든 없든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내 자신은 춤출 때 가장 행복하고 충족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후 무대로 돌아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꼬박 1년간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20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때의 나와 비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50대 여성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53세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 ABT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 출연
입력 2016-05-2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