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였던 사브쳰코는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친러시아 반군과의 전투 도중 반군에 생포됐었다. 마침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 국영TV 기자 2명이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는데, 러시아 측은 사브첸코가 해당 기자들의 위치를 우크라이나 군에 알려줘 숨지게 했다며 그를 러시아로 압송해갔다. 러시아 법원은 그에게 징역 22년형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사브쳰코는 러시아 감옥에 수감된 지난 2년 동안 줄곧 “혐의는 조작됐고 나는 러시아에 납치된 것”이라며 단색투쟁을 하는 등 시종일관 러시아 재판을 인정하지 않는 꿋꿋한 모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2014년 10월 실시된 총선에서비례대표 의원직도 얻었다.
그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로 포로 맞교환 협의를 했기 때문이다. 사브첸코는 1년간 우크라이나에 억류 중이던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출신 예브게니 예로페예프 대위,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 중사와 맞교환됐다. 이들의 맞교환은 지난 23일 러시아·독일·프랑스·우크라이나 4개국 정상 간 전화회담에서 최종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첸코와 맞교환 상대인 예로페예프 대위와 알렉산드로프 중사도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벌어지던 동부 루간스크주에서 우크라 정부군에게 붙잡혔다. 이들의 존재는 크림반도 분쟁에서 러시아의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었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들이 체포 당시 이미 전역한 상태였다며 러시아의 개입 증거를 부인해왔다.
이날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각각 맞교환 대상들에 대해 사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브첸코에 대한 사면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사면했다”면서 “그의 석방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으로 인한 긴장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기를 보내 사브첸코를 데려왔다. 사브첸코는 키예프의 보리스폴 공항에 도착한뒤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위해 또다시 전장에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영웅인 사브첸코가 귀국했다”며 사브첸코가 조국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