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독교 변증가 오스 기니스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일터 사역 및 청년 사역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기독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는 문애란 지앤엠글로벌문화재단 대표, 박성민 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 고직한 영2080 대표, 웨슬리 웬트워스 IVP 선교사, 박정관 문화연구원 소금향 대표, 신국원 총신대 교수, 이상갑 청년사역연구소 대표, 천태혁 스쿨임팩트 대표 등 30여명 참석했다. 다음은 질문과 답변.
-한국 방문 소감은.
“20여 일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아주 감사하다. 한국은 근대화와 함께 교회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둔화된 상태로 보인다. 여러 교회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듣고 있다. 한국교회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보통 ‘소명’이라고 하면 목회, 선교 등 사역과 관련지어 생각한다. 평신도들에겐 소명의식이 적은 것 같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우선 좋은 신학이 있어야 한다. 또 이를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한다. 청교도 시대에는 설교의 3분의 1, 4분의 1이 적용, 실천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르면 말씀을 삶에 적용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워싱턴에 있을 때 ‘산상수훈’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아주 좋은 설교였지만 직장인과 실업인들에겐 부족한 설교했다. 비즈니스 현장에 대한 이야기, 그곳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목회자가 비즈니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다. 어느 교회의 설교 주제가 소명이었다. 목회자는 목사, 선교사, 집사로서의 소명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교회에는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맨, 부자, 우주비행사, 의원들도 있었다. 목회자는 사역자가 아닌 이들에 대한 소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이 목회자는 자신이 일반 성도들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 이들의 삶을 배우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마다 일반 성도들을 초청해 세상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신학을 우리의 실제 삶과 연결해야 한다.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종교개혁 이후 현재의 기독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세속주의는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고 모더니티는 ‘우리가 왜 하나님이 필요한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한다. 모더니티는 사람을 달에 보내고 시장에서 돈을 벌 듯이 하나님 없이 교회를 성장시킬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대형교회를 만드는 법’이 나온다. 그런데 그 방법 안에 하나님은 없다. 지난 50여년간 성장한 교회 중에는 그안에 성령 없는 교회도 있다. 믿음이 개인적으로는 유용하지만 공적으로는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크리스천들도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미국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은 2%도 되지 않는다. 크리스천은 60~70%나 된다. 그런데 이 2%가 문화적으로 크리스천보다 훨씬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크리스천들의 믿음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이 모더니티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모더니티는 교회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50년간 직면해야 하는 도전은 우리가 이 모더니티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요즘 한국에선 개신교보다 가톨릭에 대한 신뢰가 더 높다.
“복음주의가 타락했기 때문이다. 내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많은 복음주의자들은 종교개혁을 통해 우리가 복음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우리에게 더 큰 선물을 줬다. 예를 들면 ‘언약’이다. 진정한 자유는 언약의 관계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혈연관계의 사회, 위계 절서의 사회, 언약 관계의 사회 등 사회를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혈연관계의 사회와 위계질서의 사회는 우리에게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가톨릭은 로마 제국에서 황제 제도를 빌려와 교황 제를 만들었다. 속을 들여다보면 황제제도는 자유 없는 사회(위계 절서의 사회)를 지향했다. 그런데 요즘 개신교의 대형 교회가 그런 모양을 빌려와 부를 축적한다.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다.”
-교회의 무엇이 문제인가.
“하나님의 일을 세상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원수를 악마로 보고 스테레오타입으로 만들어 맞서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도 ‘기독교 우파’라는 이름이 공공의 분노를 샀다. 또 개신교의 세속화가 심각하다. 개신교에 속했던 미국 대학들이 완전히 세속화돼 유럽과 다를 바 없어졌다. 네덜란드는 안락사와 동성애를 허용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오스 기니스, 일터 및 청년 사역자들과의 진지한 대화
입력 2016-05-25 18:04 수정 2016-05-25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