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방한했다. 때맞춰 정치권은 ‘반기문 대망론’과 ‘반기문 불가론’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기회=4·13 총선 참패 후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여권에선 ‘반기문 카드’를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반 총장의 최대 강점은 높은 인지도다. 풍부한 공직경험과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능력은 안정된 이미지와 더해져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높은 지지율의 바탕이 되고 있다.
특히 4·13 총선에서 나타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심화’는 탈(脫)정치 이미지의 반 총장의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반 총장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는 여권 기반인 영남과 충청이 뭉쳐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 반 총장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 호남과 충청이 뭉쳐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었던 ‘DJP연합’의 재판을 내년 대선에서 기대하는 것이다. 충청권 의원들도 충청 인구가 호남 인구를 넘어서는 데 언제까지 ‘곁다리’ 역할만 할 수 없다며 ‘충청 대망론’을 설파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24일 저녁 배재대학교 특강에서 “충청권 의석수가 3석 늘어 호남이나 TK(대구·경북)에 견줘 전혀 밀리지 않는 상황이 됐다. 50년 집권했던 영남에서 이번엔 뚜렷한 인물이 없다”며 “그래서 반기문 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계=반 총장의 경력이 외교관과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한돼 있어 현실 정치 참여 경험이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도 꼽히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관료 출신 야권 관계자는 25일 “선진국 출신이 많았던 냉전 시대 유엔 사무총장은 강대국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정치인 역할을 했다면 이후 유엔 사무총장은 실질적 권한이 없는 ‘유엔 관료’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 과정에서 ‘돌발 악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도 있다. 국민의당 이상돈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검증을 견디기 어렵다.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100% 패배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이 추진하는 ‘호남·영남 연합’이 여권 주류의 ‘충청·영남 연합’ 구상에 비해 파괴력인 더 큰 데다 여소야대로 변한 정치권 상황이 반 총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낮춘다는 분석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선거 이후 지리멸렬해진 새누리당 지지율은 반 총장의 경쟁력을 한 단계 추락시켰다”며 “충청대망론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가장 핵심적 지지층인 정당이 와해돼 버린다면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여당 지지율이 반 총장의 영입으로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과거처럼 높지 않다는 점도 ‘여당 후보 반기문’의 상품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이슈분석>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뺄까? 반기문 대망론과 불가론 팽팽
입력 2016-05-25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