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주민과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음악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제 꿈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을 느낍니다.”
첼리스트 정명화(73)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2016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 주최,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지역 마을이 지니고 있는 유·무형 자산과 예술을 연계함으로써 주민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와 전북 운봉읍 비전마을을 각각 ‘클래식 마을’과 ‘국악 마을’로 정한 뒤 정명화와 명창 안숙선(67) 등 두 거장을 비롯해 두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마을을 방문해 공연 및 연주 레슨을 했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 여름에도 두 마을에서 각각 축제가 열린다. 6월 17~19일 안숙선이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제2회 남원 비전 거리 국악축제’와 8월 19~21일 정명화가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제2회 평창 계촌 클래식 거리축제’로 나눠 진행된다. 첼리스트 박상민, 젊은 소리꾼 이자람 등 클래식계와 국악계의 중견 및 신진 아티스트로 각각 이뤄진 출연진 외에 지역 학생 및 주민들의 연주도 준비돼 있다.
특히 올해는 정명화와 안숙선이 클래식과 국악의 경계를 넘어 처음으로 협연을 펼치게 된다. 두 사람은 8월 19일 계촌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공연에서 작곡가 임준희가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모티브로 만든 ‘판소리, 첼로,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사랑가’를 선보인다. 안숙선은 “판소리와 여러 장르의 협업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첼로의 깊은 소리는 판소리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와 잘 맞기 때문에 정명화 선생님과의 작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올해 이정익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과 함께 지난달부터 계촌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예술이 삶을 바꾸는 현장을 영상에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올해 후반 작업을 마무리한 뒤 내년 제천음악영화제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동연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예술감독은 “지난해엔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관객으로서 축제를 지켜봤지만, 올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본격적인 마을축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국창 계촌 클래식마을 추진위원장은 “계촌은 고랭지 채소를 주로 경작하는 전형적인 작은 마을로 전체 인구는 490명 정도다. 지난해 클래식 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엔 농촌에서 클래식이 통할까 걱정하는 마음이었는데, 마을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며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폐쇄에 가까웠던 학교가 다시 살아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당초 이 프로젝트를 3년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성과에 따라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정명화-안숙선 참여한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마을이 달라졌어요"
입력 2016-05-25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