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안숙선 참여한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마을이 달라졌어요"

입력 2016-05-25 15:34
명창 안숙선(왼쪽)과 첼리스트 정명화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악 마을'로 선정된 전북 운봉읍 비전마을과 '클래식 마을'로 선정된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를 후배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방문하며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뉴시스

“예술이 주민과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음악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제 꿈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을 느낍니다.”

첼리스트 정명화(73)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2016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 주최,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지역 마을이 지니고 있는 유·무형 자산과 예술을 연계함으로써 주민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와 전북 운봉읍 비전마을을 각각 ‘클래식 마을’과 ‘국악 마을’로 정한 뒤 정명화와 명창 안숙선(67) 등 두 거장을 비롯해 두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마을을 방문해 공연 및 연주 레슨을 했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 여름에도 두 마을에서 각각 축제가 열린다. 6월 17~19일 안숙선이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제2회 남원 비전 거리 국악축제’와 8월 19~21일 정명화가 예술거장으로 참여하는 ‘제2회 평창 계촌 클래식 거리축제’로 나눠 진행된다. 첼리스트 박상민, 젊은 소리꾼 이자람 등 클래식계와 국악계의 중견 및 신진 아티스트로 각각 이뤄진 출연진 외에 지역 학생 및 주민들의 연주도 준비돼 있다.

특히 올해는 정명화와 안숙선이 클래식과 국악의 경계를 넘어 처음으로 협연을 펼치게 된다. 두 사람은 8월 19일 계촌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공연에서 작곡가 임준희가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모티브로 만든 ‘판소리, 첼로,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사랑가’를 선보인다. 안숙선은 “판소리와 여러 장르의 협업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첼로의 깊은 소리는 판소리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와 잘 맞기 때문에 정명화 선생님과의 작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올해 이정익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과 함께 지난달부터 계촌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예술이 삶을 바꾸는 현장을 영상에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올해 후반 작업을 마무리한 뒤 내년 제천음악영화제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동연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예술감독은 “지난해엔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관객으로서 축제를 지켜봤지만, 올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본격적인 마을축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국창 계촌 클래식마을 추진위원장은 “계촌은 고랭지 채소를 주로 경작하는 전형적인 작은 마을로 전체 인구는 490명 정도다. 지난해 클래식 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엔 농촌에서 클래식이 통할까 걱정하는 마음이었는데, 마을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며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폐쇄에 가까웠던 학교가 다시 살아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당초 이 프로젝트를 3년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성과에 따라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