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2연패를 노리는 황금 전사들이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정규리그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던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추격 상황에서 번번이 실책을 범했다. 반면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은 36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 ‘트리플 더블’로 활약하며 골든스테이트의 내외곽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5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NBA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결승 4차전에서 오클라호마시티에 94-118로 무너졌다. 이로써 골든스테이트는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처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1승만 추가하면 4년 만에 파이널 무대에 오른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는 오클라호마시티에 넘어갔다. 골든스테이트는 오클라호마시티의 빠른 템포의 공격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디온 웨이터스와 웨스트브룩에게 3점슛, 속공 득점을 허용하며 골든스테이트는 8-22까지 끌려갔다. 골든스테이트는 속공 상황에서 공을 흘리는가 하면, 골밑 엔트리 패스 과정에서도 실책을 범했다. 커리는 다소 무리한 상황에서 3점슛을 쏴댔다. 골든스테이트는 안드레 이궈달라의 3점슛과 숀 리빙스턴의 속공 레이업 등으로 점수차를 좁혔다. 그러나 2쿼터 중반 웨스트브룩의 수비를 전담하던 클레이 탐슨이 3파울로 잠시 코트를 비웠다. 이 기회를 틈타 웨스트브룩은 공격에 불을 붙였다. 전반전 동안 3점슛 3개를 포함한 21점을 올리며 ‘닥공 농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53-72. 골든스테이트는 전반에 또 70점 이상의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3쿼터 골든스테이트가 추격할 기회는 있었다. 탐슨이 3점슛 세 방을 포함해 무려 19점을 몰아넣은 것.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승부처에서 정규리그 만장일치 MVP 커리의 활약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패스 미스로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확실히 부상 복귀 이후 슈팅 감각이나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82-94로 3쿼터 종료. 사실상 승기는 오클라호마시티 쪽으로 넘어갔다.
오클라호마는 4쿼터 빅맨들을 활용해 확률이 높은 인사이드 득점을 노렸다. 높이에서 약세인 골든스테이트 밑선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골든스테이트는 리바운드 숫자에서 40-56으로 크게 밀렸다. 실책도 21개나 범했다. 골든스테이트는 공격 때마다 서두르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는 대패로 이어졌다.
이번 시리즈에서 성향이 다른 양 팀의 포인트가드 맞대결에서도 웨스트브룩이 4차전까지 완승을 거두고 있다. 웨스트브룩은 플레이오프에서 펄펄 날며 팀의 해결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반면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커리의 슛 폭발력은 거의 실종 수준이다. 결국 득점 확률이 높은 웨스트브룩의 ‘힘 농구’가 커리의 ‘슛 농구’를 눌러버린 셈이다.
골든스테이트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남은 5~7차전 동안 단 한 번만 져도 파이널 2연패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정규리그 73승과 MVP 커리의 업적까지도 퇴색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골든스테이트가 최대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커리의 슛이 증발했다… 골든스테이트, PO 탈락 위기
입력 2016-05-25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