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국회에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상시청문회법'과 관련해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귀찮다'고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과거의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이라며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를 비롯해 연중 상시국회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국회법이 이번 정부가 임기 끝까지 국정을 원만히 운영하는 데 오히려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은 국회 운영에 관계되는 일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라며 "거부권은 가능한 한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번에 통과된 상임위 차원 현안 중심 작은 청문회가 시행되면 20대 국회에서는 바로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해 그것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선의원 때부터 참으로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의회주의를 그렇게 강조하던 의원들이 행정부로 가면 국회를 필요에 따라 거수기나 통법부로 여기곤 한다는 점"이라며 "삼권이 서로를 존중하고 예를 갖추는 가운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이제 국회를 떠나지만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 중심의 정치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함께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복당 여부에 대해 "새누리당이 정말 대오각성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당으로 그래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적 보수 정말 삶에 있어 어렵게 사는 국민 위한 따뜻한 보수 하지 못하는 그런 보수로 계속 인식된다면 자동입당이 된다 해도 탈당할 수 있다"며 "그것의 시기는 제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정치결사체'에 대해서는 "외곽에서 우리 정치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조언을 하는 정치원로 집단과 같은 것도 하나의 결사체라 할 수 있고,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결사체"라며 "지난번에 10월까지 고민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건전한 그리고 아주 미래지향적인 중도 세력을 저는 규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창당' 관련 질문에 대해 "제가 정당을 만들겠다고 단언한 적은 없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 것"이라며 "아기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정할 순 없다. 그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손학규와 함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손학규 선배와 굉장히 가까웠지만 당을 달리하는 바람에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마음으론 늘 훌륭한 선배라 생각한다"면서도 "그것이 꼭 정치를 하나의 당으로 묶어 같이 한단 의미는 아니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좀 더 탕평 인사를 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며 "흔히 소통 얘기를 하는데 그런 점에 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이밖에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원래 우리 민주주의 국가 기본인 다수결, 과반수 다수결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과반 다수결로 가더라도 언제나 우리의 자세가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