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부진의 늪은 어디까지

입력 2016-05-25 11:21
프랑스 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정현.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한국 테니스의 희망’으로 불리던 정현(20·한국체대)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올 초 세계랭킹 51위로 야심차게 시작했던 그의 행보는 계속 하향세를 긋고 있다. 24일(한국시간) 열렸던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와일드 카드를 받고 출전했던 동갑내기 캉탱 알리스(프랑스)에게 세트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해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상대의 세계랭킹은 정현보다 한참 뒤떨어진 154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패배다. 게다가 주니어 시절 정현은 알리스에게 2승1패로 우위에 있었다.

이로써 이번 대회 16강 이상을 거둬야 자력으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정현은 올림픽 출전도 좌절됐다. 올림픽 단식에는 다음 달 6일 기준 세계 랭킹 상위 56명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국가별 중복되는 선수와 지카바이러스 위험을 고려해 불참의사를 밝힌 상위권 선수를 제외하면 70~80위대면 올림픽 출전길이 열린다. 어쨌든 자력으로 80위대 진입이 불가능해진 정현은 와일드카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야심차게 한 해를 출발했던 정현이 잇단 투어 대회에서 주춤한 것은 기본기의 미숙에 있다. 그는 양손 백핸드스트로크에서는 세계적인 선수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지난 1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1회전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겨뤄 백핸드스트로크의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그는 서브와 포핸드스트로크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투어 대회에서 정현을 상대하는 선수는 그와 백핸드 대신 포핸드스트로크로 승부를 겨룬다.

서브의 약점은 주니어시절부터 늘 지적돼온 것이다. 경직된 어깨회전 탓에 볼에 힘을 싣지 못해 스피드가 떨어진다. 윤용일 전담 코치는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시속 200㎞가 넘는 정상급 선수들에게 비해 서브 스피드가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더 이상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그는 서브에이스를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올들어 그는 15개 대회에 출전해 1회전에 탈락한 경우가 무려 8차례나 달했다. 투어급 경기도 있지만 그 가운데는 한 단계 아래인 챌린저급에서도 1회전 탈락한 경우도 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정현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알리스와의 경기를 마친 뒤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고 자평한 정현은 “전체적으로 상대도 잘했고, 제가 못한 부분도 있다. 정신적인 면에서 상대보다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부진에 대해 그는 “최대한 멀리 보고 경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한다”며 “한 경기 진 것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고 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현은 다음 달 열리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준비에 돌입한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잔디코트 시즌을 치르며 윔블던에 대비할 계획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