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에서 광화문역까지 연결하는 지하보행로가 조성돼 종로와 광화문 일대를 지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또 KT(新), 그랑서울 등 4개 대형빌딩 지하공간이 종로구청, 종각역·광화문역과 연결돼 지하철 이용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진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25일 청진공원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청진구역 지하보도 설치 및 지상보도 개선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청진동은 조선시대 관영상업중심지인 시전이 있던 자리로 서민들이 고관의 말을 피해 다닌다는 뜻에서 ‘피맛길’과 해장국, 선술집 등 조선시대 이래 서민의 공간으로 독특한 역사 환경을 간직해왔던 곳이다.
이번 사업은 청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각 지구의 대형빌딩 지하공간을 연결한 지하보행로 구축, 지상부 종로의 역사를 담은 청진공원 및 종로홍보관 조성, 옛 피맛길과 연계되고 보행자 친화형으로 지상부 보행환경 개선, 종각역 확장·시설개선, 광화문역 편의시설 설치 등을 담고 있다. 민·관 공공개발로 추진돼 사업비 586억원 전액을 민간에서 투자했다.
가장 획기적인 성과는 청진구역 4개 대형빌딩 지하공간을 연결해 구축한 지하보행로가 1호선 종각역부터 5호선 광화문역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광화문역과 연결된 지하보행로는 약 240m, 면적 2827㎡ 규모로 광화문역에서 KT(新) 지하 1층, D-타워 지하 1층을 거쳐 종로구청과 청진공원까지 연결됐다. 광화문역 지하보행로에는 대형서점이 밀집돼 있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책의 거리(Book street)’를 조성하기 위해 계획을 구상중이다.
종각역과 연결된 지하보행로는 약 350m, 면적 900㎡ 규모로 그랑서울 출입구를 거쳐 타워 8빌딩 지하 1층으로 이어진다. 현재 청진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 내 사업 미착수 구간으로 인해 아직은 종각역부터 광화문역까지 지하로 한번에 이동할 수 없다. 하지만 향후 미착수 구간에서 도시환경정비 사업이 진행될 경우 지하통로 연결에 대한 사업시행 인가조건을 제시해 순차적으로 종각역부터 광화문역까지 한번에 지하로 이동할 수 있는 보행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와 도심 시위 등으로 종각역 일대 지상 이동이 어려울 경우 지하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노후화된 종각역 확장·개선과 광화문역 시설개선 공사도 마무리됐다. 종각역은 승강장층 확장(폭원 3m→9m), 대합실층 확장 및 개선(대합실 630㎡ 증가, 게이트 4대 증설), 편의시설 개선(에스컬레이터 2기, 엘리베이터 1기) 등으로 승객 증가로 인한 역사 내 혼잡을 피하고 편의성을 높였다. 광화문역에는 편의시설(에스컬레이터 2기, 엘리베이터 1기)을 신설했다.
종로구는 또 좁고 평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를 여러 차례 거쳐야 해 보행에 불편을 초래했던 종각역과 광화문역을 잇는 지상보행로를 보행자친화형 도로로 개선했다.
이처럼 지하보행로와 연계해 지상부 보행환경도 개선함으로써 광화문광장, 경복궁, 청계천, 인사동 등 주변 명소와 지하, 지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입체적 보행환경’을 조성했다. 아울러 청진동은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옛 흔적을 품은 청진공원, 전통문양 보행로가 함께 어우러져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종로구는 불가피한 도시개발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청진동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지상부에 621년 종로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적으로 담은 ‘청진공원’과 공원내 한옥건축물을 복원해 ‘종로홍보관’을 만들었다. 청진공원은 청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기부채납된 공원부지에 조성된 것으로 종로의 전통과 역사성을 담기 위해 땅속에 묻혀 있던 주춧돌과 철거된 한옥의 기와를 재활용하고 1900년대 지적도를 찾아 옛 건물터와 191m의 전통담장을 되살렸다.
현대식 조경을 피하고 한옥에서 주로 배식한 대나무, 소나무, 매화나무 등을 심었고 옛 길 느낌이 나도록 동선을 조성해 고층빌딩으로 삭막했던 청진동 일대에 옛 청진동을 잠시나마 기억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1935년쯤 지어져 ‘ㄷ자형’ 도시한옥 형태를 지니고 있던 구리개 음식점 건물을 복원해 만든 종로홍보관은 58.19㎡ 규모로 종로역사와 관련된 영상을 전시·상영하고 종로역사와 관련된 서적도 비치해 시민들을 위한 개방형 공간으로 운영된다.
구는 청진구역 일대에 종로의 역사·문화자원을 공간별로 도입해 명소화하는 ‘청진구역 스토리텔링 사업’을 추진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청진구역 지하보행로 조성과 지상부 청진공원 조성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청진동은 종로의 새 르네상스를 여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입체적 보행중심축으로 재탄생했다”며 “민간투자로 예산을 절감하면서 민·관이 함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청진구역 지하보행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도시계획 사업구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종각역에서 광화문역까지 지하로 걷는다 그랑서울 등 대형빌딩 지하공간도 연결
입력 2016-05-25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