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본선전을 앞두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간의 싸움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상대의 치부를 앞다퉈 드러내며 ‘네거티브 전쟁’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후보는 24일(현지시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1993년에 발생한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법률고문이던 빈센트 포스터의 자살에 대해 “아주 의심스럽다(very fishy)”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서 “나는 해당 사건을 잘 알지 못해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그 사건이 타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발언했다.
포스터는 아칸소주의 로즈 법률회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함께 일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에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설립한 부동산개발 회사 ‘화이터워터’의 휴양단지 개발과 관련된 사기 의혹에 대해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 개발사업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주 검찰총장이던 1978년 시작됐으나 분양 저조로 1990년대초에 결국 중단됐다. 사업 과정에서 연방정부로부터 거액을 대출받기도 했는데 이때 클린턴 당시 주지사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에 취임한 뒤 포스터를 법률고문으로 고용해 화이터워터 게이트 의혹을 대응토록 했지만 그해 7월 포스터는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공식 사인은 ‘업무 중압에 따른 자살’로 결론났지만 지난해 연예잡지인 ‘내셔널 인콰이어러’ 등이 타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는 아울러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혐의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들 사건에 대한 ‘수수방관’에 대해서도 공격했다. 특히 트럼프는 이와 관련된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 측에 싸움을 걸었다.
이 광고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시가를 물고 있는 장면과 함께 캐더린 윌리와 주아니타 보로드릭이라는 2명의 여성이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에는 특히 부인인 클린턴 전 장관이 웃고 있는 장면을 담아 클린턴 전 장관이 해당 사건을 방치해두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어 자막으로 “클린턴 전 장관이 과연 여성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역대 최고의 경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처하는 트럼프의 사업 실패 사례를 끄집어내 흠집내기에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은 23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서비스노조 연례총회 연설에서 “트럼프가 운영했던 기업들을 스스로 파산시켰듯 미국 경제도 파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990년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카지노 업체인 ‘트럼프 타지마할’을 오픈했지만 1년 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2004년에는 ‘트럼프 호텔 앤 카지노 리조트’도 파산했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경제는 더 낮은 임금, 더 적어지는 일자리, 더 많은 빚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