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고준위방폐물 부지 선정을 2028년 이후에 결정키로 했다. 지난해 6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마련된 권고안보다 8년 이상 늦춰지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안은 정부 차원에서 고준위방폐물, 즉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방식과 절차를 규정한 최초의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이다. 산업부는 로드맵에서 향후 고준위방폐물 부지 선정 절차와 방식, 건설 시기 등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지난해 6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했지만 가장 핵심인 부지 선정 추진 기간을 앞으로 최소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잡았다. 공론화위원회가 권고안에서 ‘2020년까지는 부지를 마련해 지하연구시설부터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던 것보다 8년 이상 늦춰진 것이다. 대신 이후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에 걸리는 건설 기간을 영구처분 시설이 운영되는 시점을 2052년으로 제시했다. 산업부는 이는 공론위 권고안(2051년)과 1년 밖에 차이가 안난다고 설명했다. 부지 마련을 위한 절차와 공론화 과정을 적법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늦어질수록 기존 원전 지역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당장 계속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분을 자꾸 미루지 말고 당장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라는 공론화위원회는 권고는 사실상 무시됐다. 공론화위원회는 2020년까지 부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지하연구시설 건설을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그때 시작해도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안은 이보다 최소 8년 이상 뒤로 밀려나있다. 핀란드나 스웨덴 등 사용후핵연료처분장을 마련한 국가가 부지 선정, 공론화 과정에 10년 이상 걸렸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인 조사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과거 부안 방폐장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부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처분장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여유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월성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당장 2019년 포화상태가 되는 것을 시작으로 경수로 원전인 한빛원전과 한울원전 등도 각각 2024년, 2025년에 포화상태가 된다. 정부가 건설 기간을 단축시켜 2035년에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한다해도 월성 원전은 16년, 한빛, 한울 원전도 10년 이상 공백이 발생한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원전 내 저장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마련. 한수원을 통해 지역지원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하겠다고 발혔다.그러나 결국 새 부지를 마련해 영구 처분하는 방안은 뒤로 미루고 기존 부지에 임시저장하는 미봉책이 계속되는 셈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정부, 고준위방폐물 부지 선정 2028년 완료, 영구처분시설 2053년 가동
입력 2016-05-25 11:00 수정 2016-05-25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