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혼외 외손자다" 속여 결혼 미끼로 1억원 뜯어낸 30대 구속

입력 2016-05-25 12:01
서울 강남경찰서는 자신을 재벌가의 혼외 외손자라고 속이고 결혼을 미끼로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 공문서위조 등)로 김모(35)씨를 구속하고 가짜 부모 역할을 한 김모(59·여)씨와 이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피해자 A씨(27·여)에게 자신을 대학병원 의사라고 소개하는 등 신분을 속여 예단을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역할 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부모를 섭외한 뒤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하게 했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2년여간 가짜 부모 역할을 했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 각종 서류를 위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명의로 된 118억원 상당의 예금 잔고증명서와 차량등록증 등을 위조한 뒤 A씨에게 보여줬다. 심지어는 신혼살림을 차릴 청담동의 한 아파트를 40억원에 계약했다며 위조 부동산매매계약서를 건네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김씨가 계속 결혼식을 미루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A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김씨는 결혼식 2주를 앞둔 시점에 “갑자기 어머니가 위암 확진을 받게 되어 급히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하다”며 결혼식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김씨는 수개월 동안 결혼식을 미뤘고, 의심하던 A씨는 결국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4년 결혼해 자녀까지 둔 유부남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학습지 방문교사 일을 하며 강남의 부자 집을 드나들면서 그들과 같이 생활해 보고 싶은 마음에 고급 외제차를 구입했다고 한다.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자신을 의사로 속였고, 동호회에서 만난 A씨에게 혼인 빙자를 해 돈을 가로챘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