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 급증-3명 중 1명 꼴

입력 2016-05-25 07:55

미국 가정에서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캥커루 족’의 비율이, 배우자 혹은 연인과 함께 사는 젊은이의 비율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24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18∼34세, 2014년 기준)의 32.1%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결혼이나 동거 형태로 독립 가구를 이루고 사는 같은 연령대 젊은이(31.6%)보다 많아 졌다.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이의 비중이 독립한 젊은이의 비중을 추월하기는 이런 조사가 실시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처음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이의 비중은 1940년대 35%를 기록한 이후 70년만에 가장 높았다. 1940년대엔 배우자와 함께 사는 젊은이의 비율이 40%를 넘어 부모와 같이 사는 이들을 10% 포인트 이상 앞섰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늘어난 것은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부터였다.

부모에게 기대려는 경향은 남성(35%)이 여성(29%)보다 높았고, 인종별로는 흑인과 히스패닉(이상 36%)이 백인(30%)보다 많았다.

교육 수준에 따른 격차도 상당했다. 대학졸업자중 부모와 사는 비율은 19%에 그친 반면 고졸자 중 부모 의존 비중은 39%에 달했다.

미국 경기가 회복 중이지만 젊은이들의 실업률과 실질 임금 하락이 독립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견해도 있다. 퓨리서치 센터의 수석 경제전문가인 리처드 프라이는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실질 임금이 34% 줄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임대료와 학자금 대출금 상환 부담도 젊은이들을 부모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도 반세기 전에 비하면 7년 가량 늦춰졌다. 1956년 남자 22.5세, 여자 20.1세 였던 결혼연령이 2014년에 각각 29.2세(남성), 27.1세(여성)로 올라갔다.

프라이는 “밀레니얼 세대는 배우자, 동반자들과 새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학업과 직장에서의 성취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