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심판매수 사건과 관련해 사퇴를 시사했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권을 확보한 뒤 기자회견장(사진)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 멜버른 빅토리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2대 1 승리로 마치고 심판매수 사건을 언급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최 감독은 웃지 못했다.
최 감독은 “한 팀에서 10년 이상 있으면서 구단, 팬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선수단을 운영했다.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밝혀지면 그때 말하겠지만 전적으로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사퇴’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감독의 책임”을 수차례 반복하며 사퇴를 암시했다. 그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카우트도 코칭스태프의 일원이다. 연도나 시기와 상관없이 내가 팀을 맡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며 “안타깝운 점은 코칭스태프들과의 소통이다. 어려운 이야기도 나에게 해야 한다. 언질을 줬으면 여러 대응 방법이 있었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전북은 멜버른과의 16강 2차전에서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도의 멀티 골을 앞세워 2대 1로 승리했다. 최종 전적 1승1무로 8강에 진출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띄운 승전보였다.
전북은 한 스카우트가 프로축구 K리그에서 전직 심판 2명에게 유리한 판정을 청탁하고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논란에 휩싸였다. K리그 정상급 팀의 심판매수 사건은 축구계를 흔들었다. 전북은 스카우트의 개인적인 일탈로 규정하면서 사과했다. 하지만 전북 서포터스 연합체인 ‘매드 그린 보이스(Mad Green Boys)’는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단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최 감독과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이철근 단장은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구단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책임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 기자회견 발언 전문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선수들과 이틀 동안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선수들이 ‘경기는 경기’라는 생각으로, 선수들 본연의 임무를 준비한대로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팀을 맡은 감독으로서 이유를 막론하고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다. 한 팀에서 10년 이상 있으면서 구단이나 팬들에 대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수단을 운영했다. 한국 사회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는 것 같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직 조사 중이다. 모든 일이 밝혀지면 모두 그때 가서 말씀드리겠다.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 전북 팬, K리그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전적으로 구단보다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카우트도 코칭스태프의 일원이다. 시기와 상관없이 내가 팀을 맡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코칭스태프들과의 소통이다. 코칭스태프는 가족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어려운 이야기도 내게 해야 한다. 내게 언질을 줬으면 여러 가지로 대응 방법이 있었을 텐데….
그동안 전북을 사랑하는 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응원했다. 너무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신뢰를 잃었다. 나는 언론이나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심판(매수 사건)은 그동안 K리그의 계속된 문제였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노력해 좋아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우리 구단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심판매수 사건을 언제 알았는지에 대해: 나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조사 내용을 모두 이야기하지 않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라는 게 내가 알기로는 참고인 등 필요에 따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전해들은)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1~2주 전이 아니고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전문] “감독 책임” 전북 최강희 감독 사퇴 시사
입력 2016-05-2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