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편성 논란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관련된 시행령이 헌법과 상위 법률에 위배되는지, 각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지,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있는지 등이다.
◇“법적 논란 없다”=감사원은 24일 국내에서 대표적인 법무법인 3곳과 한국공법학회에서 추천 받은 교수 3명(헌법·행정법·지방자치법 전공) 등 6곳에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법령해석을 해주는 정부법무공단을 추가해 총 7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감사원은 “위헌·위법이 아니며 의무편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통해 지원토록 한 건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 5곳이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재정에 대한 기본사항을 정한 ‘영유아보호법’과 ‘유아보호법’에 따라 무상보육·교육의 구체적인 집행 방법을 정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다.
또 유아보호법은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는 아동만 무상 지원토록 규정했음에도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는 유아까지 범위를 넓힌 건 위법하다는 주장에도 4곳이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은 1곳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둘은 각각 ‘중립’과 ‘의견 미제시’였다.
특히 과거 법령들을 살펴본 결과 ‘보육’과 ‘교육’이 혼용되고 있어 이를 구분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모두 누리과정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감사원은 결론지었다.
◇“예산 편성은 교육청 의무…현 단계선 유효”=특히 시·도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6곳이 “의무가 있다”고 했다. “(시행령이) 모법과 합치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경우 규정을 모법위반으로 무효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는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랐다. 위헌·위법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별도의 판단을 내리지 않은 이상 교육부와 교육청의 논쟁과 무관하게 해당 시행령은 유효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 ‘감사원이 시행령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는 건 적절치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 측은 “판단을 내렸다기보다는 헌재와 대법의 명시적 판단이 없는 상황에서 법률적·사회적 안정성을 고려해 현 단계에선 유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건·시설비 조정해 예산 편성해야”=‘교육청 재원이 없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주장 또한 감사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년 본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순세계잉여금과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등 추가재원을 확보하고 과도한 인건비·시설비 지출을 조정하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교육청은 순세계잉여금 1088억원, 목적예비비 614억원, 지방세 정산분 1997억원 등 추가세입 5823억원과 본예산에 과다 편성된 사업비 375억원을 합해 총 5693억원의 재정여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서울교육청 또한 추가 세입 3090억원에 인건비 집행 잔액 553억원, 시설비 과다편성 529억원 등 총 4120억원의 여력이 있었다. 다만 광주교육청은 재정여력이 321억원에 불과해 부족액(721억원)의 절반도 충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감사원은 학교용지매입비와 지방세 정산분 등 각 시·도 교육청 전입금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교육청은 학교용지를 매입할 때 시·도로부터 학교용지매입비를 받아야 하지만 1999년부터 지금까지 13개 교육청이 받지 못한 돈은 7715억원이나 됐다. 감사원은 “장기미전출금을 전입 받으면 누리과정 등 일반재정사업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세 정산분의 경우 14개 시·도가 다음 연도 추경에 반영해 전출이 가능한데도 부산 등 4개 시·도는 관례적으로 다음다음연도에 전출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서울 등 10개 시·도는 전출 시기가 일정치 않아 교육청이 예산을 계획적으로 편성·집행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감사원이 본 누리과정 예산의 3가지 쟁점
입력 2016-05-24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