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부각시키며 여론전 수위를 한층 높였으나, 야당이 즉각 반박하면서 ‘법리 공방’으로까지 비화된 모양새다. 여당은 “위헌 소지가 큰 법안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재의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거부권 행사로 협치(協治)를 포기할 경우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위헌성·자동폐기 여부 놓고 격론=새누리당은 헌법학자, 율사 출신 의원까지 나서 법안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정종섭 당선인은 24일 “광범위하고 무제한적으로 청문회를 열 수 있어 행정부와 사법부 기능을 와해시킬 우려가 큰 것”이라고 했다. 또 “헌법이 정한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과 기능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결국 의회 독재를 초래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당선인은 과거 ‘대통령 재의 요구 기간이 15일이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국회 임기가 끝날 경우 법률로 확정된다고 본다’는 학설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 당선인은 “중요한 것은 위헌성”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거부권 행사도 필요 없다”며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이라도 19대 국회 임기 내 공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야당은 ‘아전인수’라고 일갈했다. 법학 전문가인 국민의당 이상돈 최고위원은 “그런 헌법 해석이 다 있느냐”면서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와 재의결하는 국회가 다른 선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0대 국회에서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야당이 공조해서 (청문회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與 “거부권은 고유권한”…野 “행정부 거부권 행사할 것”=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야당에선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고 했다. 전날 원내부대표단과의 만찬 회동에서도 “국회법 개정 이전에도 충분히 청문회를 열 수 있는데 공적·사적 영역까지 무차별 청문회가 남발돼 정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이 문제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과) 정부 실무자들까지 ‘청문회 왕국이 될 것’이라는 말로 국민여론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면 20대 국회에서 여소야대가 협치할 수 있는 산뜻한 출범을 할 수 있을지 박 대통령이 잘 생각하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지만 정 의장은 “(거부권 행사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강경론을 폈다. ‘정책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대신 법 개정을 통해 국정감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카드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오는 3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놓고 공방 가열되는 여야
입력 2016-05-24 16:33 수정 2016-05-24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