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최근 재일한인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혐한시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일본 법무성은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일본 전역에서 혐한시위와 가두행진이 1152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에만 약 250건에 달했다.
24일 일본 중의원(하원)은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을 가결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발의한 이 법은 지난 13일 참의원(상원)을 통과했다.
법에는 ‘차별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생명과 신체, 명예, 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고지하는 것’과 ‘현저히 멸시하는 것’을 부당한 차별적 언동으로 규정하고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는 문구를 명기했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상담체제 정비와 교육 및 계몽 활동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우익의 혐한시위를 일본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선언했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법이 제정되기까지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와 일본의 양심 있는 지식인의 역할이 컸다. 재일민단은 2~3년 전부터 지역사회와 정치인을 상대로 헤이트스피치 근절을 위한 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는 저서와 SNS를 통해 일본 내 혐한시위 실태를 꾸준히 고발했다.
하지만 법에 처벌규정이 없고 헤이트스피치를 ‘위법’으로 규정하거나 ‘금지’하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야당인 민진당이 금지규정을 담은 법안을 참의원에 제출했지만 지난 1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여당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지지통신은 “그나마 부칙에 ‘차별적 언동의 실태를 감안해 추후검토를 추가한다’고 명기해 재검토의 여지는 남겼다”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