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1개 지방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편성해야”… 교육부 손 들어줘

입력 2016-05-24 15:59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갈등을 겪는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에 대해 감사원이 교육부의 손을 들어주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한 시행령들이 상위 법령에 위배되지 않을뿐더러 각 교육청 역시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17개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누리과정 예산편성실태를 점검한 감사보고서를 24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우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11개 교육청의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추가세입을 활용하고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조정하면 9곳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할 수 있고, 2곳은 절반 정도 편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서울·경기·강원·충북·경남·부산·전북·전남·제주교육청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1조8877억원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인 1조4628억원을 모두 충당하고도 3000여억원이 남는다. 인천·광주교육청은 부족액(1977억원)의 절반 정도인 860억원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또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의무 부담토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헌법과 상위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위헌·위법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두 시행령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나아가 국내 법무법인과 한국공법학회 추천 교수 등 법률 자문을 구한 7곳 중 5곳이 “위헌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각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감사원은 결론지었다.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이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육과 교육은 서로 포함하는 개념이며 어린이집도 유치원과 동일한 누리과정 교육내용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집 역시 교육기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사실상 교육부 측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정치 감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 측은 이런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외부 자문을 받아 양측 주장을 심층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감사결과 발표가 이례적으로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현재 교육청마다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며 “제2의 보육대란이 시작되는 상황이어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서울·경기 등 11개 시·도 교육감에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하는 마련토록 통보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