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원내사령탑을 맡은 지 20일이 지났지만 원내대표단 선출 외에 결정된 사항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중심에 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의 낀 자신의 처지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는 언제쯤 결론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니까 시간을 좀 달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예정돼있던 원내대책회의도 전날 취소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단과 가진 만찬에서 충분히 얘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여당 지도부 실종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한 당직자는 “원내대표단이 선출된 뒤 제대로 된 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5일 열기로 한 당선인·당협위원장 총회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신 민생행보에 집중했다. 이날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국회로 불러 면담을 가졌다. 그는 회의 후 “입법이나 청문회 문제를 우리가 피할 생각이 없고, 피할 이유도 없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피해자들을 만난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정 원내대표와 피해자들이 검찰 수사 중이라도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피살사건과 관련한 여성안전대책 마련 간담회도 개최한다. 그는 전날에는 경남 거제에 내려가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조선업계 현장도 직접 둘러봤다. 당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민생행보를 통해 원내대표로서의 존재감을 챙기고 비대위 구성 지연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고심 깊은 정진석
입력 2016-05-24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