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고베지법의 히라시마 마사미치(平島正道) 재판장은 전날 공판에서 한국인 여대생 조모(23)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조씨의 남자친구 김씨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건축학을 공부하며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조씨는 지난해 5월 26일 자신이 살던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 주택 내 화장실에서 실신한 채 발견됐다. 조씨는 병원에 후송됐으나 복부 등 신체 곳곳에 다발성 출혈 숨졌다.
당시 함께 살고 있던 남자친구 김씨와 다른 동거인 김모(22·여)씨 등이 유력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혈흔 등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에 빠졌었다.
이 사건은 지난 21일 SBS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남자친구 김씨가 교제 도중 상습적으로 조씨를 폭행한 것은 물론 금전을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씨는 공판에서도 조씨가 “학교에서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다른 곳에서 폭행을 당한 것 같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히라시마 재판장은 “(조씨의 시신 상태 등을 볼 때)사고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김씨 주장대로) 외부 폭행이라면 조씨가 귀가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의사의 증언을 토대로 조씨가 김씨 등에 의해 집 안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씨의 오른손의 부기를 조씨를 때린 ‘흔적’으로 인정하고 김씨가 사건의 범인이라고 봤다.
히라시마 재판장은 두 사람 사이 금전 문제가 폭행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히라시마 재판장은 “흉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폭행 내용이 굉장히 잔인했다”며 8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범죄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온 것은 물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김씨에 대해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실형을 선고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일본 검찰은 “(피해자에게)매우 큰 고통을 주었고 미래의 꿈을 빼앗았다”며 김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