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세로드립’ 우남찬가 저자 5700만원 피소됐다…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6-05-24 11:47 수정 2016-05-24 11:59
이승만 탄생 141주년 공모전에서 ‘우남찬가’로 입선했다 ‘세로드립’이 밝혀져 입선을 취소당했던 네티즌이 자유경제원으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작품은 문학적 장치의 미학을 살린 예술작품이었다며 자신 또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4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우남찬가를 썼던 장민호씨는 전날 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우남찬가 저자입니다. 근황 업데이트 합니다’는 제목으로 자유경제원으로부터 민·형사상 피소된 사실을 알렸습니다.

글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은 지난 11일 장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정통망법위반(명예훼손), 사기혐의’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장씨는 또 17일에는 위자료 5000만원 등 총 5699만6090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청구소송을 당했다는데요.



장씨가 공개한 소장을 보면 자유경제원은 장씨가 지난 3월 2일 본명 대신 ‘이정환’이라는 이름으로 자유경제원 홈페이지를 통해 국문 자작시 ‘우남찬가’를 제출했습니다.

자유경제원은 그러나 ‘(장씨의 작품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사실에 기초하거나 자신만이 해석한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유경제원의 공모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됐다며 ‘그러한 내용의 시로 응모하는 행위는 명백히 시 공모전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자유경제원으로 하여금 시가 이승만 시 공보전의 취지에 부합하고 심사대상에 포함되는 시라는 오인과 착각을 일으키게 해 심사업무의 적정성·공정성을 방해했고 그로인해 원고는 후에 입상을 취소하는 등 그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유경제원은 장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장 사진과 수상작 출판물을 같이 올려 불특정 다수에게 자랑하며 모욕을 했다고도 강조했는데요.

자유경제원은 이로 인해 빚은 행사지출 비용 699만6090원과 위자료 5000만원 등 총 5699만6090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장씨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남찬가는 문학적 장치의 미학을 살린 예술작품이니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저의 시는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동시에 세로로 읽으면 그의 과오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는, 어크로스틱 또는 ‘세로드립’이라는 문학적 장치의 미학을 살린 문학적 예술작품”이라며 “이를 공모전에 낸 의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양극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승만 선생의 명암을 한 작품에 오롯이 드러내는 다각적 구성을 통하여 합당한 칭송과 건전한 비판을 동시에 담아낸 시를 응모함으로써, 진보와 보수의 이념논쟁을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칭송과 비판을 동시에 담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의거해 응모 행위는 어떠한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아울러 세로드립을 심사위원들이 발견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 세로획 문장에 문법적 오류를 허용하고 작품에 의도적 흠집을 내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승만’을 ‘리승만’으로, ‘인민군’을 ‘린민군’으로 표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군요.

이어 작품을 응모한 것에는 어떠한 잘못이 없는데도 심사위원들의 판단 미숙으로 발생한 사태의 책임은 자유경제원에 있다고 반박했는데요.

장씨는 이어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이 자유경제원측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주장도 납득할 수 없는데, 이는 실제로 본인의 게시물에서 본인이 올린 시로 이승만선생과 자유경제원을 모욕하고자 했던 의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문장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장씨는 자유경제원의 소송에 본인 또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변호를 요청한 상태”라며 “저 뿐만 아니라 ‘니가가라 하와이’ 세로드립을 편 최우수작을 쓴 저자도 같은 고소를 당했다고 하는데 그와 함께 공동대응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댓글 등을 통해 장씨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자유경제원의 명예를 직접적으로 깎아내린 것도 아니고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니 명예훼손은 말이 안 된다” “응원한다” “6.25피해자들과 보도연명 학살 피해자도 다 모여야 한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고소할 줄이야”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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