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밖에서 사람들과 밥을 먹고.
아내는 인영이가 남긴 밥을 먹는다.
나는 인영이한테 장난감을 사다주고.
아내는 인영이한테 억지로 약을 먹인다.
나는 인영이처럼 머리를 짧게 깍고 함께 웃고,
아내는 떡진 머리로 인영이가 바늘에 찔릴 때 함께 운다.
나는 매일 편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아내는 날마다 보조침대에서 몸을 구부린채 잔다.
나는 간호사한테 화를 내고,
아내는 간호사들의 비위를 맞춘다.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아내는 휴직을 한다.
나는 울고싶을 때 크게 울고.
아내는 인영이가 잠들고나서 숨죽여 운다.
나는 평범한 아빠고, 아내는 위대한 엄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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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4 00:14 수정 2016-05-24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