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 밤, 대전 을지병원 응급실에서 인영이가 백혈병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지 꼭 한 달째다. 면역력이 0 수준으로 1인 격리병동에 입원한 그날 밤, 아내는 오진일거라며 인영이를 안고 잤고, 나는 밤새 인터넷을 뒤졌다. 새벽녘, 기자의 감(感)으로 밀려오는 두려움에 혼자 몸을 떨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삶이 이렇게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것, 눈물은 숨죽여도 알아서 흐른다는 사실,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달았다.
인영이는 엄마아빠의 걱정과 달리 강한 아이였고, 한 달 간의 힘든 치료를 잘 견뎌줬다. “인영이도 한 8년 인생을 살다보면 엄마가 자기 괴롭히려고 약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엄마를 위로한 윤영이 말대로 이제 3년도 안된 인영이 인생이 눈 깜짝할 새 8년으로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종에서 아침 일찍 올라와 성모병원 기자실에서 근무한 관계로 초동교회 손성호 목사님의 설교를 인터넷으로 들었다. 초동교회 교인들이 낭독한 기도문이 남은 인영이 치료기간에 이뤄지기를 간구한다.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구원을 베푸소서
우리를 도우사 구하소서
밖으로부터 오는 시험과 환난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바라옵건대,
저희 발걸음을 주의 말씀에 굳게 세우시고
어떤 죄악도 저희를 주관하지 못하게 하옵소서.
생의 고통에서 나를 구하시고,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거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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