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빠다13>2월24일 관해 2주차 종료

입력 2016-05-23 23:49
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어느새 첫 항암(관해)치료 전체 기간 중 3분의 2가 지났다. 이제 일주일 뒤 골수검사를 통해 관해 여부를 확인하고 인영이가 상위 5%(골수 내 암세포 5% 미만, 관해판정) 안에만 들면 1주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그 뒤에도 긴 항암치료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한달 넘게 떠나있던 집에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나와 아내, 인영이 모두 설레는 기분이다. 혹 결과가 좋지 않으면 퇴원 없이 재 관해를 위한 항암치료에 곧바로 들어가겠지만 이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세종상주 기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기자협회보에 실렸다. 동료,선후배들이 인영이를 위해 헌혈을 하고, 도울 일이 없냐고 연락이 온다. 선후배들한테 해준게 별로 없는데 염치없이 받기만하고있다.

엄마아빠의 이런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인영이는 이번 주부터 집 타령이 심해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이 아니라 내가 왜 여기에 있느냐는 듯 엄마한테 짜증이 많이 부린다. 그랬던 인영이가 어제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이 상태면 다음주 퇴원해도 되겠네”라는 지나가는 말을 듣더니 바로 안하던 운동(병동 내 복도돌기)을 스스로 하면서 친구들에게 일일이 작별 인사를 했다. 윤영이 말실력은 영어로 치면 스피킹은 엉망인데 리스닝은 만점 수준이다.
 컴백홈까지 일주일 정도 남은 현재 인영이의 중간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는 거의 정상 수준이고, 적혈구와 면역력을 나타내는 호중구만 기준보다 조금 떨어진 상태다.
일주일뒤면 집에 갈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엄마에게 부리는 떼가 많이 줄었다. 핸드폰 중독은 어쩔수 없기로 한다.

 어제, 오늘 서초동 사랑의 교회 새벽기도회를 다녀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사기도보다는 눈물의 기도가 많이 나온다. 내가 마음에 안 드시면 나를 치시지 왜 죄 없는 내 딸을 아프게 하셨냐는 원망과 함께 앞으로 주님 뜻대로 살 테니 인영이를 치유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성경에 믿음의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아브라함. 자신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 했던 아브라함을 내 믿음으로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다.
인영이 아프기 직전 모습. 대부분 아빠가 그렇겠지만 딸딸이 아빠에 딸바보들은 둘째에게 더 정이 간다.

 그래도 한국기자상을 수상해도 나올까 말까 한 기자협회보 1면에 인영이 사진이 실리는 등 이것저것 감사할 일이 많다.  이번 주말엔 집에 내려가 대청소를 할 예정이다. 인영이 퇴원 전에 집안을 무균병동 수준의 청정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매트리스, 냉장고, 세탁기 전문 청소업체를 예약해놨고, 세종팀 막내 윤성민 기자의 노동력을 열정페이(짜장면 제공)로 착취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닦을 것이다. 3년 전 서울에서 태어나 한달 된 인영이가 처음 세종에 내려오기 전날 새벽에 안방 한쪽 벽을 아기용 벽지로 도배하던 때보다 더 설렌 인영이의 두 번째 귀향을 위해서 말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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