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가 아픈 뒤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가는 곳이 있다. 백혈병 환우와 보호자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우 카페다. 백혈병 지식의 8할 이상을 이 카페를 통해 얻고 있다. 처음엔 회원 아이디 옆 괄호 안에 써있던 (ALL, 필라)라던지 (M3, 비관해동종)같은 말은 난해한 암수표였다. 이제는 전자는 급성림프성백혈병 중 필라델피아 유전자 변이 양성반응 환자, 후자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중 M3 타입으로 관해(암세포가 5%이하로 줄어드는 것)가 되지못한 상태에서 일치하는 타인 유전자를 가진 골수를 이식한 환자 정도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지금도 인영이 증상이 궁금하거나 하면 바로 이 카페에 들어가 검색을 한다.
오늘은 담당 레지던트가 인영이가 스테로이드를 먹어도 백혈구 수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표준 위험군이 아닌 표준과 고위험군 사이일 수 있다는 말에 놀라 이것저것 찾아봤다. 결론은 고 위험군이라 해서 절망할 필요 없고 표준 판정을 받았다고 모두 완치되는 게 아니라는 것. 카페에는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의연하게 버텨 아이를 완치시킨 엄마아빠들이 많았다. 의사가 끝이라고 해도 엄마가 끝이 아니면 끝이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싸워 결국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사연,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부모가 약해지면 아이가 불안해하니 울고 싶을 때는 화장실가거나 아기 재운 뒤 이불로 입 틀어막고 울라는 조언까지...
인영이는 열이 떨어지니 설사를 했고, 오늘은 설사가 멈추니 오후부터 기침을 했다. 며칠 새 증상 하나하나에 민감해하고 걱정이 앞섰는데 그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가 가져온 주사바늘을 보면 울지만 바늘 없으면 웃으며 잘 노는 인영이만도 못했던 것 같다.
내일은 난생 처음 새벽기도회가 가려 한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새벽기도회는 한번도 간적이 없다. 하나님께 면목이 없지만 인영이 낫게만 해주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기도가 계속 나온다. 그 기도를 주님이 응답해 주시리라 믿는다.
P.S. 노조로 한 독자분이 헌혈증 10장과 함께 편지를 보내주셨다고 한다. 다시 기사작성을 재개할 때 정말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리라 다짐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