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이, 바다 한 번 못가봤어요”…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호소

입력 2016-05-23 17:35

애경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던 박나원(5)양이 23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양은 지난 19일 서울대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연결하기 위해 제거했던 연골을 메우는 수술을 받고 이날 퇴원했다. 지긋지긋하던 산소호흡기를 뗐지만 여전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고 했다.

박양은 2011년 말부터 3개월가량 애경 ‘가습기 메이트’에 노출됐었다. 그 뒤로 폐와 기관지 질환을 앓았다. 호흡이 힘들어지자 목에 튜브를 삽입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지냈다. 박양은 지난해 4월 환경부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의 폐질환 ‘관련성 확실(1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날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양의 어머니 김미향씨는 “나원이가 유치원에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수영장이나 목욕탕도 가고 싶단다. 바닷가를 아직 한 번도 데려가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검찰 수사에서 애경이 빠져있는데, 그것부터 빨리 진행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애경 ‘가습기 메이트’와 애경이 제조하고 이마트 PB상품으로 판매된 ‘이플러스’로 인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38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5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며 “애경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원료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달리 CMIT·MIT를 사용한 제품에선 독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현재 애경 제품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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