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3일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공식 추도식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봉하마을에 운집한 수천여명의 참배객들은 입을 모아 통합과 정권교체를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오늘 추도식은 추모를 넘어서 희망을 바라는 자리”라고 했다.
◇참배객들 입을 모아 정권교체=이날 오후 1시, 봉하마을은 온통 노란색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참배객들은 노란색 티셔츠, 배지를 착용하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재단 측은 추도식장에 참석한 인원만 60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재단이 준비한 노란색 햇빛가리개가 거리마다 넘실댔다.
추모의 장이었지만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부모를 쫒아 따라온 아이들은 ‘ROH'라고 쓰여진 노란색 모자를 쓴 채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다녔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모(34·여)씨는 “총선에서 승리한 뒤 기분이 좋아 가족과 방문했다”며 “대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노 전 대통령 동영상을 바라보던 성모(56)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가장 핵심”라며 “야권이 힘을 합쳐 새로운 변화가 있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웃으며 “문재인, 안희정 다들 순서대로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약자를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주길 간곡히 원한다”고 했다.
◇김원기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통합”=오후 2시 봉하마을 내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등 유족, 노무현 재단 이사장인 무소속 이해찬 의원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추도식에서도 이어졌다. 김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통합”이라고 했다. 분열된 야권을 겨냥해서는 “두 대통령을 잇겠다면서 서로 갈등하고 있는 우리들이 그 뜻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들이 우리에게 바라고 명령하는 것은 하나된 힘으로 불의한 시대를 끝장내고 새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기자들을 만나 “추도식의 컨셉은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라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아주 소중한 희망 그것을 키워 나가기 위해선 김대중 대통령님의 그 뜻을 따르는 분들, 노무현 대통령 뜻을 따르는 분들을 함께 손을 잡고 힘을 모야아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한 가지 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 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호씨는 “오늘 추도식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낮은 목소리로 짤막한 추도사를 준비해 읽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지난해 추도식과는 달리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정부·여당 대표로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얼굴을 비췄다. 야권의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참석했다.
정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되자 입을 다물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자 공개적으로 “재고해 달라”고 했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르포]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통합과 정권교체"
입력 2016-05-23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