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박대통령, 청문회법 거부권 여부 신중 결정... 거부쪽으로 쏠리나

입력 2016-05-23 16:12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23일 법제처로 송부되면서 정부가 이 법안에 대한 검토에 공식 착수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법률거부권을 행사하느냐에 모아진 상태다.

형식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정부 송부 다음날인 24일을 기점으로 15일(6월7일) 이내에 법률 공포 또는 재의요구(거부권)를 결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오는 25일부터 12일 간 아프리카·프랑스 국빈방문에 나서는 만큼 귀국일(6월5일) 이틀 후에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이다. 다음달 7일은 마침 국무회의가 열리는 화요일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날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단 정치권과 여론의 흐름은 물론 정부 검토 등 여러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쪽으로 무게를 둘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법률거부권은 헌법 53조 2항에 명시돼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특히 대통령이 의회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이를 행사하는데 20대 국회 야권과의 협력 등 정치공학적 고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이를 포함해 73차례 행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러 의견을 두루 들으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상시청문회법을 “행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켜 국정의 발목을 잡는 법안”으로 규정한 상태다. 물론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여러 얘기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한다고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선 대통령 권한 행사와 야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협치(協治)’는 별개사안이라는 기류도 강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을 비롯한 여당 인사들이 이 법안에 대해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에 야당 주도로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에 대한 위험 부담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런 부담까지 감안하면서 시간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