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현악기 제작자가 권위있는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를 석권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공방을 운영중인 박지환(34)씨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폴란드 포즈난에서 폐막한 제13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오르소(Orso)’라는 이름을 붙인 악기로 1등인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또 ‘마샤(Masha)'라는 이름의 악기로는 폴란드의 크지슈토프 크루파와 공동 2위에 올랐다. 박씨는 ‘마샤’로 예선격인 제작 심사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출품작에 수여하는 ‘최고제작상'도 받았으며, 총상금 2만3000유로(약 3000만원)도 거머쥐었다. 우승작인 ‘오르소’는 콩쿠르 재단에 기증돼 전시되거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대여용으로 사용된다.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1835~1880)를 기리기 위해 1935년 제정됐다. 4년마다 열리는 연주 콩쿠르와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제작 콩쿠르로 나뉜다. 박씨가 수상한 제작 부문은 1957년부터 열리고 있으며 주요 국제 현악기 제작 콩쿠르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현악기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3년마다 열리는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현악기 제작 콩쿠르’, 독일의 ‘미텐발트 국제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와 함께 최고 권위를 지닌 대회로 평가받는다.
이 콩쿠르는 비올라와 첼로까지 아우르는 다른 콩쿠르와 달리 바이올린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듦새를 평가하는 한 달간의 제작 심사와 1주일에 걸쳐 독주와 피아노·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소리를 평가하는 소리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작을 선정한다. 제작자 1명당 바이올린을 최대 2대 출품할 수 있으며, 올해에는 120대 가량이 경합했다.
박씨는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비에니아프스키 제작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2011년 열린 제12회 대회에서 김민성 씨가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제작자 한 사람이 출품한 바이올린 두 대가 1, 2위에 나란히 입상한 것 자체가 콩쿠르 역사를 통틀어 1972년과 199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일 정도로 드문 일이다.
박씨는 서울시향 트럼펫 주자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음악을 전공하려다 바이올린 제작으로 진로를 바꿔 크레모나에 있는 국제 스트라디바리 현악기 제작학교에서 수학했다. 2010년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운영하는 그는 2012년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비올라 부문 8위, 지난해 같은 대회 첼로 부문 8위와 바이올린 부문 결선 진출 등 꾸준히 성과를 올리다 이번에 우승을 안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세계 권위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한국인 박지환씨 1,2위 석권
입력 2016-05-23 15:23 수정 2016-05-23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