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0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핑크 코끼리 탈을 쓰고 등장했던 김모(31)씨가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건을 강력2팀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고 이날 오전 밝혔습니다.
김씨는 당시 ‘육식동물이 나쁜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 ‘선입견 없는, 편견 없는 주토피아 대한민국. 현재 세계 치안 1위지만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녀 함께 만들어요’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현장의 시민들과 충돌했습니다.
21일 인터넷 게시판에 상해진단서를 올렸던 김씨는 급기야 자신의 탈에 ‘일베충’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붙인 여성과 ‘묻지마 살인’ 피해자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성, 자신에게 뒤돌려차기를 했던 남성 등 4명을 우선 고소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그는 4명 이외에도 CCTV를 보면서 자신을 때리거나 모욕한 시민들을 모두 신고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가한 시민이 10여명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CCTV 등이 없어 이들을 모두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씨가 핑크 코끼리 탈을 쓰고 추모현장에서 다른 시민들과 충돌을 빚은 것을 두고 인터넷 의견은 분분합니다. 일부에선 “일베든 아니든 사람을 때려선 안 된다. 때린 사람들은 모두 처벌됐으면 좋겠다”는 반응과 “모르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처참히 숨진 여성을 추모하는 공간에 남성 성기를 연상시키는 분장으로 등장한 행동부터 여성 전체를 능욕한 일”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핑크 코끼리 사건 외에도 22일 강남역 추모현장에서 여중생이 ‘남혐·여혐 싫다, 서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가 폭행당한 사건의 사실 관계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추모 포스트잇이 훼손된 사건도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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