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살보험금 미지급 도덕적으로 용납 못해"

입력 2016-05-23 12:00
금융감독원 권순찬 부원장보가 23일 금감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행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3일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보험사들에 대해 “법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대법원의 자살보험금 지급 판결에도 보험사들이 소멸시효 판단까지 받아 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보험금 지급을 계속 거부·지연할 경우 과징금 등 강력하게 제재하기로 했다.

금감원 권순찬 부원장보는 이날 금감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보험회사는 고객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존립할 수 없다”며 “정당하게 청구된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소멸시효 문제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건 소비자 믿음에 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지난 13일 대법원 판결 이후 보험사들은 내부적으로 대법원의 소멸시효 판단까지 지켜본 후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을 주기로 한 건 신한생명 뿐이다. 지난 2월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모두 2980건에 2465억원이다. 이중 소멸시효가 지난 건수는 2314건에 2003억원이다.

현행 민법상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자살보험금을 주는 내용의 특약은 표기상 실수’라며 일반보험금만 지급해 왔다. 2010년 4월 이전 판매된 보험상품 280만건에 이런 특약이 들어있다. 대법원은 앞서 “표기상 실수였어도 약관에 따라 추가 보험금을 줘야한다”고 판결했지만, 해당 소송에서는 소멸시효 쟁점이 없었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일반보험금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소비자에게 추가 자살보험금을 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대법원이 소멸시효를 어떻게 판단하는 지 지켜 본 후 보험금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각급법원에 계류 중인 소멸시효 관련 자살보험금 소송은 8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는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주장대로라면 연금, 이자를 의도적으로 적게 주고 장기간이 지나고 모른 척 하면 지급의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보험전문가인 회사가 보험금을 고의로 누락하고 알리지도 않은 것이니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대법원 소멸시효 판결 이전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보험사들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현재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보험금을 보험사가 돌려주고 있기 때문에 배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의 적극적 지도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

금감원은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징계, 과징금 제재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할 경우 지급절차에 대한 현장검사도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