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실내 미세먼지가 대기 중 초미세먼지 주의보 수준을 넘어선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등어 구이를 하고 나면 ‘매우나쁨’ 기준의 23배에 달하는 실내 미세먼지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저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11월 실험주택 2곳, 공동주택 22곳, 단독주택 4곳, 다세대주택 4곳 등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비흡연 여성들의 폐암 발병률 증가 원인을 요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언급해 이번 조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밀폐된 실험주택 주방에서 재료 종류별로 요리를 한 뒤 오염물질을 측정했더니 고등어 구이를 했을 때 실내 초미세먼지(PM2.5)가 2290㎍/㎥로 가장 높았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01㎍/㎥)일 기준의 26.6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 다음으로는 삼겹살 구이(1360㎍/㎥), 계란후라이(1330㎍/㎥), 볶음밥은(183㎍/㎥)등도 ‘매우 나쁨’ 기준을 넘어서는 미세먼지를 발생시켰다. 조리 방식별로 보면 음식을 굽거나 튀기길 때 볶거나 끓일 때보다 오염물질이 더 많이 나왔다.
환경부는 주방에서 조리를 할 땐 미세먼지뿐 아니라 포름알데히드·이산화질소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포름알데히드는 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두통·구토·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산화질소(NO2)는 자극성 냄새가 나는 갈색의 유해한 기체로 역시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렴·기관지염·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역시 1급 발암물질이다. 고농도에 노출되면 호흡기·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은 가스렌지, 가스인덕션 등 요리기구에 관계 없이 기름 등 요리 재료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요리 중에 주방환풍기인 ‘레인지후드’를 가동하면서 창문을 열어 자연환기를 시키면 요리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가 밀폐된 상태일 때보다 20분의 1 수준으로 저감됐다. 자연환기만 시켜도 밀폐 상태일 때보다 미세먼지가 적게 발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요리가 끝나도 창문을 곧바로 닫지 말고 최소 15분 이상 자연환기를 해야 한다”며 “2009년 이후 신축·리모델링 된 건축물이라면 의무적으로 설치한 기계환기설비를 요리 전후에 함께 돌리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에는 구이·튀김 요리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가피할 경우 기계식 환기시설을 가동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요리를 끝내야 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최고 농도가 179㎍/㎥로 볶음밥 조리 시보다 낮았으므로 요리가 끝나면 차라리 잠시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달 중 누리집(www.me.go.kr)에 ‘주방 요리시 실내공기 관리 가이드'를 올리고 이를 소책자로 제작해 지방자치단체·주부단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다음은 환경부가 안내하는 ‘건강한 조리법’이다.
▼ 조리 전
-레인지후드 청결 상태를 확인하세요
-레인지후드를 켜고 창문을 열어주세요
-아이들은 방에서 문을 닫고 놀게 하세요.
▼ 조리 중
-레인지후드를 가동해도 창문을 열어두세요.
-튀김 및 구이 요리는 두껑을 덮고 조리하세요.
-조리시간을 짧게 하고, 마스크도 착용하세요.
▼ 조리 후
-조리기구는 바로 정리하세요. 방치하면 오염물질이 계속 방출될 수 있어요.
-조리가 끝나도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30㎝ 이상 열어 구이·튀김 요리 후엔 최소 15분 이상, 볶음·끓임 요리 후엔 최소 10분 이상 자연환기 하세요.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고등어구이 실내 미세먼지의 주범?…초미세먼지 농도 '매우나쁨' 수준의 23배
입력 2016-05-23 08:51 수정 2016-05-23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