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네!! 은행권 손쉬운 ATM 수수료 슬쩍 인상

입력 2016-05-22 17:37
은행권의 수수료 인상이 릴레이 양상이다. 주로 고객이 수수료 인상 부담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자동화기기(ATM) 쪽에 100~200원 규모로 올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손안대고 코 풀려는 ‘봉이 김선달’식 영업방식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 수입으로 잡히는 순이자마진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의 고육책이지만, 은행들 스스로 고품질 서비스를 개발해 제 값의 수수료 떳떳하게 받으라는 지적이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ATM으로 다른 은행에 이체할 때 영업시간 내에는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영업시간 외에는 9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수료를 각각 200원, 100원씩 올렸다. 2011년 이후 수수료를 조정하지 않았던 KB국민은행도 상반기 내 수수료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시기만 정하지 못했을 뿐,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월 ATM 타행 송금 수수료를 200원 올렸고, 한국씨티은행은 일부 예금상품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앤 바 있다.

은행들이 몇 백 원 수수료 인상에 목을 매는 건 그만큼 수익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2011년 38조1000억원을 기점으로 해서 2015년 33조5000억원으로 계속 내려가는 중이다.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말하는 순이자마진(NIM)도 2011년 2.30%에서 지난해 1.58%로 떨어졌다. 이자 말고 다른 수입을 찾아야 하는 게 은행들의 절대 명제다.

결국 손쉬운 ATM 수수료 인상이 1차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ATM 이외에도 창구 수수료나 해외송금 수수료가 올라간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창구를 통해 100만원 이하를 송금할 때 내는 수수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1000원 올린 바 있다. 또 외환 송금 구간도 재조정해 2만 달러가 넘는 외화를 외국에 보내면 수수료를 2만5000원 받는 등 5000원 인상한 바 있다. 은행들의 수수료 항목은 사업보고서 상 2~3 쪽에 이를 정도로 항목도 방대하고 구간별 차이가 많아 일반인이 비교해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신규 서비스 발굴 노력을 강화해 이를 수수료 수입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10%대에 머물러 해외은행 25~35%에 비해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은 인정된다고 했다. 결국 은행 스스로 고품질 서비스를 개발해 떳떳하게 수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