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개최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공식 추도식을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등은 봉하마을을 방문한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김부겸 당선인 등은 당초 예상과 달리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추도식에서는 ‘친노(친노무현)’과 ‘비노(비노무현)’ 사이의 갈등이 단적으로 표출됐고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다. 이번 추도식에서는 달라진 모습이 나올지 주목된다.
◇더민주는 ‘친노’대권 주자만, 국민의당 안철수는 참석=더민주는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개최될 추도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전원 참석한다. 20대 총선 당선자들에게도 ‘필참’ 공지를 내렸다. 국민의당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선자 20여명이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당초 추도식에는 야권 ‘잠룡’들이 총출동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노무현 재단 이사 자격으로 참석하는 더민주 문 전 대표와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는 안 지사 등 친노 대권주자와 안 대표 등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도 성향의 야권 주자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 진영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8일 사실상 정계 복귀를 시사한 손 전 고문은 22일 일본 게이오 대학 강연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무현 정신을 우리가 적극 받아들여야 됩니다만 제가 거기(봉하마을) 갈 형편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 분출된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다”며 “새 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진정한 노력을 담아낼 새 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했다. 손 전 고문은 연일 ‘새판짜기’를 강조하며 정계 복귀를 위한 명분 쌓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1일 미리 참배했다”며 “다른 행사 참석 때문에 가지 못한다”고 했고, 박 시장도 ‘서울시정’을 이유로 불참키로 했다.
◇친노를 바라보는 두 야당의 시선=두 야당은 모두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내년 정권교체 플랜의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하지만 ‘친노’ 진영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는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총선에서 ‘친노 좌장’인 무소속 이해찬 의원을 공천배제하며 ‘친노’ 계파색 지우기에 치중했다. 그러나 4·13 총선 이후 당내 친노 진영의 세력은 더 강화된 모양새다. PK(부산·경남) 친노 인사들이 대거 원내로 진입했고 이 의원도 생환했다.
문 전 대표가 건재한 상황에서 안 지사도 ‘불펜투수론’을 주장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한 더민주 당직자는 “대선을 앞두고 결국 믿을 것은 친노 외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외연확장을 위해서는 박 시장과 김 당선자 등 중도 성향의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당내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은 친노 패권주의 척결을 주장하며 더민주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주축이다. 친노 주자들과 대권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친노의 힘을 빼는 것이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친노로는 대선에서 안 된다는 게 이미 드러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맞아 봉하로 쏠리는 시선
입력 2016-05-22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