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잇단 북한의 대화 공세에 우리 정부도 다각도의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강경 일변도로 내달렸던 북한이 어쨌든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북한의 ‘회담 제의’ 수준으로는 상황 변화를 모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핵능력 동결 조치 가능성을 내비칠 경우엔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준별 출구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면 전환용이 분명한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는 건 옳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냈다”며 “핵 불능화 조치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이나 국제사회외의 투명성 있는 비핵화 관련 논의 정도는 돼야 실천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회담 제의 정도로 북핵 문제를 ‘퉁칠’ 수 없다”며 “남북 관계의 변화, 한·미·중 등 한반도 관련 국가와 북한의 관계 개선 관건은 모두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액션”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과의 창구가 원천 봉쇄돼 있는 현 상황에서 돌발 변수를 제어하고,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 한동안 북한의 평화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볼 때, 우리 정부가 대북 및 북한 외교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의 북·미 대화 제안, 중국의 북·미간 중재 역할 등 복잡한 상황 변화 속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지금까지의 모든 맥락을 도려내고 ‘대화하자. 남측은 뭐 해줄 수 있냐’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마주 앉았을 때 어떻게 협상을 주도할 수 있을지 전체적인 ‘판’을 재편하는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군사회담’이라는 카드를 먼저 내민 점은 우리 정부의 대응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 사망한 김양건 대남비서의 뒤를 이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전문 분야인 군사회담을 통해 판을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제안을 그대로 덥석 받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판을 키워 역으로 제안하기도 부담스럽다. 자칫 대북압박 공조 국면에서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를 미·중 등 국제사회에 보낸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비핵화’라는 단일 논리로 북한과의 의사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실무급’에 불과한 군사회담을 건조하게 받아들여 한발 전진해 놓는 것도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슈분석]북한 평화공세,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입력 2016-05-22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