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커져가는 친박과 정진석 원내대표

입력 2016-05-22 16:18 수정 2016-05-22 16:24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친박근혜) 주류 간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4·13총선 이후 계파 갈등만 가열되면서 리더십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25일 당선인·당협위원장 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 및 혁신위 구성 문제를 논의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친박계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당선인뿐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까지 모여서 논의를 하려 했지만 당장은 총회를 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친박계 불신은 “친박에 빚진 게 없다” “친박들 표만 갖고 (원내대표에 당선)되는 것은 아니다” 등 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고조됐다. “정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황우여 강재섭 전 대표 등을 거론했지만 당내에선 “‘쇄신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기존 안대로 비대위가 당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대위 및 혁신위 인선에서 ‘비박 색채’를 빼려는 친박계가 이미 당 주도권 장악에 나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선인·당협위원장 총회를 반대한 것도 “비박계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비박 진영에선 지난 17일 상임전국위·전국위를 ‘보이콧’한 친박계를 향한 불만이 정점을 쳤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 당선인 122명 중 70여명이 친박계로 구성된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어느 한 편을 들어줬다는 비판에 몰릴 수 있는 정 원내대표로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비대위 및 혁신위 구성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듣고 있다”고만 했다. 이어 “왜 대통령의 ‘라스트 네임’으로 그룹 이름을 짓느냐”며 “앞으로 친박, 비박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박이라고 하면 대통령을 ‘비토’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지 않느냐”며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차라리 주류·비주류라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 자신이 계파 논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말로 해석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계파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계파 간 줄다리기 끝에 전당대회 시기를 앞당겨 차기 당 대표가 혁신 과제를 이끌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비대위나 혁신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에는 전당대회에서 누구를 당 대표로 뽑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