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교 사령탑이었던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7차 노동당 대회를 기점으로 대외 관계 복원을 시도 중인 북한 외교 파트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북한조선중앙방송은 21일 “강 동지가 급성호흡부전으로 지난 20일 76살을 일기로 애석하게 서거했다. 동지의 영구는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오랜 기간 당의 위업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강 동지를 잃은 것은 우리 당과 인민에게 커다란 손실”이라고 발표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강 전 비서는 1984년 외무성 부부장에 임명된 이후 대미 외교를 총괄해왔다. 93년 북·미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를 맡았고, 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회담에 배석했다. 그해 북·미 기본합의서에 직접 서명하며 협상을 주도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총리,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한 정상회담이나 오·만찬 등에 배석했다.
지난해 말 김양건 대남비서에 이어 강 전 비서까지 사망하면서 북한의 대외·대남 진용도 대대적인 세대교체 작업을 벌일 전망이다. 우선 강 전 비서를 대신해 당 정무국 국제담당 부위원장(과거 당 비서)직을 맡은 이수용 전 외무상, 이용호 신임 외무상 체제로 대외활동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 전 비서의 장례를 맡을 국가장의원회는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등 50여명으로 조직됐다. 장의위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김 비서 사망 당시 국가서열 6위에 그쳤던 최 상무위원은 이번에 장의위원장을 맡으며 2인자 지위를 과시했다.
권력서열 6위로 뛰어오른 이수용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김영철 대남비서 및 통일전선부장 등 대남·대외 인사의 지위도 급상승했다. 7차 당 대회에서 드러난 외교라인 강화 의지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석주 전 비서 사망, 북한 외교라인 세대교체 가속화
입력 2016-05-22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