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에서부터 범행 현장까지 미행”…속속 드러나는 日 아이돌 피습범의 치밀한 범행

입력 2016-05-22 11:04 수정 2016-05-22 15:52
일본 도쿄에서 여성 아이돌 가수가 한 남성팬이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중태에 빠졌다. 국내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사회적 논란인 가운데 주말 오후 도심 한복판에서 이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혀졌다.
도미타 마유 (출처: 도미타 마유 블로그)

22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이돌 가수 도미타 마유(富田眞由·20·사진)는 전날 오후 7시 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오후 5시쯤 도쿄도 고가네이시의 공연장으로 걸어가던 중 괴한으로부터 갑작스레 흉기로 습격을 당했다. 목과 허리를 비롯해 전신에 접이식칼로 20차례 찔린 도미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현장에서 상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괴한은 이와사키 도모히로(岩埼友宏·27)란 무직자로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도미타에게) 선물을 보냈지만 반송됐다”며 “이에 대해 따졌는데 애매한 대답만 해서 격분해 찔렀다”고 진술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와사키가 지난 1월경 자신의 트위터에 도미타에게 시계를 선물했다는 글을 올렸으나 지난달 말 “시계와 책 3권이 반송됐다”며 “정말 싫은 여자”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또 이와사키가 공연장 인근인 JR무사시고가네이역에서부터 도미타를 미행하는 장면이 방범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은 참혹함 그 자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인근 식당 직원은 “현장에 40~50cm 가량되는 피가 웅덩이처럼 남아 있고 빨간 마스크와 기타 케이스 등이 떨어져 있었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사건에 앞서 도미타가 지난 9일 집 근처 경찰서에 찾아가 용의자의 이름을 대며 “블로그에 집요하게 협박 글을 올리고 있다”고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당시 경찰은 도미타의 공연장이 있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가 있을 경우 방범지도를 할 것’이라는 지침만 전달했을 뿐 도미타를 적극 보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도쿄신문은 도미타가 지난 3월 몇몇 팬들과의 대화에서 “몇 달 전 라이브 공연 이후부터 한 남성팬이 공연장 근처 지하철역까지 미행해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서 거절했다”며 “무섭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싱어송라이터로도 이름을 알렸던 도미타 마유의 모습 (출처: 도미타 마유 트위터)


나가노현 출신인 도미타는 지난 2011년부터 여성 아이돌 그룹 ‘시크릿걸즈’ 멤버로 활동해왔으며 2014년 도쿄의 한 사립대 진학 후에도 TV드라마 출연과 라이브 공연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일본에서는 최근 오키나와의 미군부대 군무원이 면식도 없는 일본인 20세 여성을 성폭행 후 살해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 역시 ‘여성이 안심할 수 없는 사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