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크리스털팰리스가 맞붙는 2015/2016 잉글리시 FA 결승전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맨유와 크리스털팰리스는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1시 30분 영국 웸블리 구장에서 맞붙는다. 처음 터지는 한 골이 명운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경기에서 물오른 감각을 보인 양 팀 골잡이들에게 시선이 주목된다.
◆ 몸이 다는 판 할... '숨 쉴 틈 없는 점유율 축구'
맨유를 지휘하는 루이 판 할 감독은 이번 승부에 감독직, 아니 감독 커리어의 명운을 걸어야 할 판이다. 리그에서 5위에 그쳐 이미 경질설이 유력한 가운데 FA컵 우승마저 놓칠 경우 이미 판 할 경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영진에게는 재고의 여지조차 남지 않게 된다. 이미 잉글랜드 언론은 판 할의 거취를 두고 후임으로 주제 무리뉴 감독을 지목하는 등 비관적인 분위기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아온 판 할로서는 감독 인생 마지막을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했던 맨유에서 쫓겨날 위기다.
다행히 팀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테러 소동을 겪는 등 다소 찜찜했던 리그 최종라운드 본머스전에서도 팀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득점포를 가동하며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실점한 골도 시즌 내내 견고한 수비를 자랑한 크리스 스몰링의 자책골이었다. 시즌 동안 고수해온 점유율 축구를 바탕으로 윌프레드 자하, 야닉 볼라시에 등이 중심이 된 크리스털팰리스의 역습을 차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 '목표는 유로파 진출' 크리스털팰리스... 이청용은 선발 나서나
크리스털팰리스는 올 시즌 리그 15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 승리할 경우 이 팀의 스타 출신 앨런 파듀 감독은 팀의 역사를 쓰게 된다. 크리스털팰리스는 1990년 결승에 진출한 게 지금까지 FA컵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팀 역사상 처음 FA컵 우승을 거두는 것 외에도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역시 크리스털팰리스에게는 좋은 목표다.
크리스털팰리스 소속 이청용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등 영국 매체들은 예상 선발 명단에 지난 경기 골 맛을 본 제이슨 펀천을 비롯해 코너 위컴, 야닉 볼라시에 등의 이름을 올려놨다.
◆ '첫 골이 승부 가를 것'
영국 BBC 방송 해설자인 마크 로렌슨은 이 경기를 앞두고 기고한 글에서 "맨유의 점유율 축구를 깨뜨리기 위해서 크리스털팰리스는 빠른 템포의 축구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렌슨은 "크리스털팰리스는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빠른 공격수를 보유했다"면서 "판 할의 스타일 상 역습을 허용치 않도록 높은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렌슨은 "단순히 수비적으로 나서는 것만으로는 맨유를 상대로 승리할 수 없다"며 "맨유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최대한 압박해 뒤로 물러서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첫 골이 크리스털팰리스에게 무척 중요하다"면서 "맨유에게 첫골을 허용할 경우 동점을 만들 가능성은 극히 옅어진다"고 봤다.
맨유는 지난 본머스와의 리그 최종전 경기에서 웨인 루니와 마커스 래시포드, 애쉴리 영이 골을 기록하며 좋은 득점력을 선보였다. 웨스트햄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한 전 경기에서도 앙토니 마샬이 2골을 터뜨리는 등 득점력이 나쁘지 않았다.
크리스털팰리스도 지난 4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는 등 전력에 비해 양호한 공격력을 보였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맨유에 0-2 패배를 당한 설욕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크리스털팰리스에서 맨유로 입성했다가 팽 당한 전력이 있는 윌프레드 자하가 얼마나 제 기량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