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깎은’ 터키 국회, 면책특권 스스로 포기..

입력 2016-05-21 10:09 수정 2016-05-21 10:21
AP/뉴시스

터키 국회가 국회의원 면책 특권을 포기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반대하는 쿠르드족 지지 성향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은 터키 국회가 전체 의석 550석 중 376명 찬성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될만큼의 비율로서 대통령 승인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 개헌안은 에르도안이 쿠르드파 지지성향인 인민민주당(HDP)을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쿠르드 반군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한편 테러관련 혐의로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뒤 집권당 정의발전당(AKP)이 발의했다.  이 법안 통과로 두 야당에 소속된 정치인 138명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에르도안은 마지막 국회 투표 직전 한 행사에서 이들을 “범죄자 국회의원”이라고 직접 지칭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조만간 터키 정계는 야권 대탄압 정국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헌안 통과는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다. 터키 남동부지역에서는 정부와 쿠르드노동자당(PKK)간의 2년간에 걸친 평화협상이 어그러진 뒤 폭력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에르도안으로서는 본격적인 쿠르드족 탄압에 나설 적기인 셈이다. 쿠르드족과 다른 소수민족 입장을 대변하는 HDP는 PKK와의 연계설을 부인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법안 통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무비자 여행 허가 협상의 대가로 야권 탄압 중지를 요구해온 유럽연합(EU)에게 있어서도 악재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14일 발간된 최신호에서 자칫하면 무비자 협상이 어긋나면서 기존에 맺은 난민협정도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