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하실래요?”
마음 끌리는 사람에게 수작 거는 아주 고전적인 수법.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에게 반했고, 그의 아내가 됐던 예술가 구보타 시게코도 그렇게 말했단다. 백남준의 공연을 보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건넸던 말은 이렇게 진부했다. 그러나 이보다 센스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나 예술가나 똑같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배달 받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회원수 360만명에 이르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그날그날의 좋은 문장과 삶에 관한 울림 있는 메시지로 아등바등 직장생활에 지친 김 과장, 이 대리들에게 청량제가 됐다.
아침편지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앵콜을 받은 주제는 단연 ‘사랑’이다. 고도원 작가의 신작 ‘더 사랑하고 싶어서’(해냄출판사)는 꼭 한번 되새겨봄직한 베스트 글을 선별한 아침편지 사랑 버전이다. 생텍쥐페리, 파울로 코엘료, 에리히 프롬, 톨스토이 등이 쓴 사랑에 관한 세기의 명문장들을 뽑아냈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중략)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 칼릴 지브란과 메리 해스켈,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등 세기의 커플들의 사랑이야기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문장들마다 작가의 특유의 단단하고 울림 있는 단문 해석을 곁들였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사랑의 의미’와 ‘사랑의 기술’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첫 만남의 설렘부터 이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노력, 사랑이 삐걱거릴 때의 마음가짐, 이별을 건너는 법, 성장하는 관계를 위한 조언을 총 6장에 걸쳐 70편의 에세이에 녹여냈다. 감성을 자극하는 20여컷의 사진이 곁들여져 글의 감동과 여운을 깊이 해준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차 한잔 하실래요?... 백남준도 그 말에 넘어갔다
입력 2016-05-21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