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노사정 합의대로” 해석은 정부-노조 제각각

입력 2016-05-21 00:21
극한으로 치닫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갈등이 정치권의 중재로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3당 정책위 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첫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연 자리에서 ‘지난해 노사정 합의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강압 등 불법·탈법이 없도록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성과연봉제, 노사정 합의대로”
금융노조는 즉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사측의 불법과 인권유린으로 황폐화된 금융공기업 노동현장에 모처럼 내린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그동안 정부는 노사관계에 깊숙히 개입하여 헌법이 정한 노사자율이라는 대원칙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기술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는일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규정 도입을 결의했다. 해당 공기업의 노조는 찬반투표에서 절대 다수 직원이 반대한다는 뜻을 확인하고 거부해온 사항이다. 이로써 금융공공기관 중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DB산업은행 등 5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기보 김한철 이사장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가 뒷받침 되도록 하고 세부사항에 대해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함으로써 성과중심문화가 조기에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은 변경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공공기관 및 금융공기업에서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접촉해 동의서를 받아내려 하는 등 인권유린까지 벌어지고 있어 관련 자료를 수집해 정치권에서 구성한 진상조사단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사정 합의, 정부 해석은 따로
정치권의 합의에도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조절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자체가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라는 입장이고, 개별 사업장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탈법적인 행위는 없으며, 이를 사측만의 결의로 도입해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정 대타협 합의 사항”이라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조의 반대에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15일 노사정은 대타협 합의문에서 “노사는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세대 간 상생고용 체제 구축을 위해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이슈였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직무·숙련 등을 기준으로 해 노사 자율로 추진한다”고 명문화했다. 직무와 숙련도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개인 성과 평가에 기초한 성과연봉제와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합의문에는 ‘노사자율로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는 근로조건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성과연봉제 자체가 과연 공기업 개혁에 걸맞는 것인지 논란도 있다. 금융공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부실기업 지원이나 부동산 대책, 해외자원 개발 등에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조건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개개인의 성과를 하향식으로 평가해 연봉의 상당 부분을 쥐락펴락한다면 오히려 줄세우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