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였다. 지난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20대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19일 오후 8시쯤부터 모인 촛불은 40여분 만에 20여개로 늘었다. 주변에는 시민 200여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릴레이로 발언을 이어가며 ‘묻지마’ 범죄를 성토했다. 한 여성은 “숨는 것보다 이럴 때일수록 강남역으로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초에 불을 붙였다.
트위터를 통해 추모제를 제안했다는 양지원(31·여)씨는 “인터넷 등에서 ‘여성혐오’성 악플을 보면서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며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길 바란다. 촛불 문화제를 계기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 가슴에 하얀 리본을 달고 강남역을 찾은 은애(26·여)씨는 “앞으로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왔다”며 “피해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리본을 달았다”고 했다.
경찰은 심리면담 결과 피의자 김모(34)씨가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1차 결론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중학교 때부터 비공격적인 분열증세가 있었다. 2008년에 정신분열 진단을 받은 이후 치료 중이었으나, 최근 약을 복용하지 않아 증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씨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심희정 허경구 기자 simcity@kmib.co.kr
강남역에 촛불 든 시민 모여 "이럴 때일수록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입력 2016-05-19 21:34 수정 2016-05-19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