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극장가, 또 한 번 할리우드산 슈퍼히어로가 몰려온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떠난 자리를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메운다. 마블 코믹스 팬이라면 적잖이 반길만한 소식이다.
2000년 시작된 엑스맨 시리즈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더욱이 전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는 시리즈 사상 최고 흥행 수익(7억4000만 달러)을 올렸다. 브라이언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더 큰 기대가 쏠린 이유다.
프리퀄(원작 이전의 사건을 다룬 속편)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고대 무덤에서 깨어난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가 포 호스맨을 모아 인류를 멸망시키려 나서는 이야기다.
전편 흥행 주역 제임스 맥어보이(찰스 자비에 교수 역), 마이클 패스벤더(에릭 렌셔 역), 제니퍼 로렌스(미스틱 역), 니콜라스 홀트(비스트 역), 에반 피터스(퀵실버 역) 등이 다시 뭉쳤다. 여기에 오스카 아이삭(아포칼립스 역), 소피 터너(진 그레이 역), 올리비아 문(사일록 역) 등 신예들이 가세했다. 아포칼립스 팀과 엑스맨 팀으로 나뉘어 대결 구도를 그린다.
등장 캐릭터가 많아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들긴 한다. 각각을 소개하는 데만 해도 일정 분량씩 소요된다. 그렇다보니 정작 중요한 아포칼립스와의 최후 일전은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이런 아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캐릭터에 힘을 실은 이유가 있다. 엑스맨의 근원과 형성과정에 대해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라이브 컨퍼런스(화상 기자회견)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번 시리즈는 젊은 캐릭터들의 근원과 그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며 “전편들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엑스맨 시리즈에 입문하려는 관객들에게는 최적의 기회인 셈이다.
특히 퀵실버가 등장하는 장면에 공을 들였다. 최대한의 CG를 이용해 구현해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퀵실버 신을 촬영하는 데 총 한 달 정도가 걸렸다”며 “초당 3000장이 찍히는 3D 카메라를 이용하는 등 굉장히 많은 기술과 노력이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역대 최강의 악당으로 설정된 아포칼립스에 대해서는 “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숭배를 받고자 하는 인물”이라며 “전 세계를 하나의 오만한 문명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리에 함께한 에반 피터스와 소피 터너는 즐거웠던 촬영 분위기를 전했다. 에반 피터스는 “캐스트 전체가 멋진 배우들로 구성돼있다”며 “배우로서도 멋지지만 인간으로서도 좋은 분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함께 작업을 하면서 마치 여름캠프에 온 것처럼 재미있었다”며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저도 마찬가지였다”며 말문을 연 소피 터너는 “이미 멋지게 구성된 세계에 동참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높은 예산이 들어간 영화이지만 촬영장에서만큼은 신이 났다. 열다섯살 때로 돌아간 것처럼 이 상상력 넘치는 세계를 즐겼다”고 얘기했다.
후속편은 이미 구상 중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다음 편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다루려고 한다”며 “자세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제작자로서든 감독으로서든 내가 참여하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엔딩크레딧 이후 등장하는 쿠키영상에서 그 힌트를 살짝 공개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시리즈 사상 최초로 IMAX 상영된다. 오는 25일 개봉. 143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