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뒤흔든 '제창 파동'에 시작부터 판 깨진 원내대표 회동

입력 2016-05-19 16:46 수정 2016-05-19 16:52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후폭풍이 19일에도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야권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즉각 경질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에 착수했지만 이미 감정이 상한 야당, 내홍에 시달리는 여당에게 진전을 기대하기는 꽤 난망한 상태다.

◇‘임…’에 감정 상한 2野=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에게 보훈처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더민주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진의를 믿고 싶었기 때문에 그동안 보훈처장의 항명이라고 이 사건의 내용을 주장해 왔다”며 “대통령이 취해야할 후속 조처는 지시를 끝내 어긴 보훈처장을 해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해임하지 않는다면 여야 3당 원내대표에게 한 대통령의 첫 약속은 처음부터 지키지 않으려던 약속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도 적극 가세했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정책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차관급인 보훈처장이 사실상 거부하는 등 박근혜정부 3년차 전국 곳곳에서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나일롱 정부’가 아닌가 하는 의심과 조짐이 도처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하고, ‘5·18 관계법’을 개정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 지정곡으로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힘 빠진 鄭, 원칙 견지 禹, 노회한 朴=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두 야당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무산된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파동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어 협상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20대 총선의 민의와 국민의 명령은 협치이고, 협치의 첫걸음은 원만한 원 구성”이라며 “원만한 원 구성은 대화와 타협, 양보의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여소야대지만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두 야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제창 문제로 정부·여당에 대한 감정이 곱지 않다. 우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변했다고 평가를 받으려면 법을 지켜서 6월에 개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의 개혁적 운영방식도 함께 논의돼는 협상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관련 당 입장에 대해 “간을 보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그는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당의) 대체적인 의견을 듣고 당내에서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결정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차기 국회의장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여야3당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새누리당 김광림, 더민주 변재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1차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야당은 이 자리에서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편성 등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