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유치 문제 놓고 영남권 갈라지나

입력 2016-05-19 16:34

영남권 신공항 유치 문제를 놓고 대구·경북(TK)과 부산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정계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여당의 ‘영남 분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고위 인사는 19일 “신공항 입지 문제가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TK와 부산이 정치적으로 갈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다음 달 국토교통부의 입지 선정 용역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각각 밀고 있는 TK와 부산 지역 의원들 간 신경전이 격해지고 있다.

부산 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을 완전히 빼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정치권 인사가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라인에 TK 출신이 포진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명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이 TK 출신인 데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강호인 장관 역시 TK 인사로 꼽힌다.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이 지난해 1월 신공항 유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최근 정치권에선 노골적인 지지 발언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바닷가에 공항을 짓는 추세에 따라 가덕도가 돼야 한다”거나 “공정하게 입지를 선정하면 당연히 가덕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경남 밀양 유치를 지지하는 정치권 인사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현장답사하고 유치 경쟁전에 직접 뛰어들면서 과열 경쟁으로 흐르게 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이자 ‘진박 후보’로 분류됐던 정종섭 당선인(대구 동갑)은 “대구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고려하면 신공항을 반드시 밀양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4·13총선을 앞두고 이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지난 3월 29일 대구시당 선거대책위 발대식에서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조 의원은 “K2 공군기지 이전을 하고 남부권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이자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로 불렸던 조 의원의 발언에 청와대 의중이 실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조 의원도 청와대 메시지를 확실히 받고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