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출범이 무산된 후 고향인 충남 공주로 내려갔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9일 업무에 복귀했다.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면서다. 20일엔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당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복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결국 정 원내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가 요구하는 비대위 재구성을 수용하는 형태로 갈등이 봉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鄭 “자리에 미련 없지만 당 혼란이 걱정될 뿐”=이런 관측의 근거는 정 원내대표가 전날 밤 몇몇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격려차 연락해온 의원들에게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자리에 대한 미련은 결코 없다. 그런데 던지고 났을 때 당 혼란이 걱정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원내대표 경선 때 계파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그 실험은 시작도 못했다”고도 했다.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선출된 지도부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공주 마곡사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가 이 당에서 어느 편에 속한 사람도 아니고 세(勢)가 있는 정치인도 아니지 않느냐”며 “친박이라는 분들이 많으니 표를 많이 받는 건 당연하지만 그분들 표로만 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제가 당선된 건 ‘중도 입장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면서 해라’ ‘협치 하고 혁신하라’는 것 아니냐”며 “그걸 수행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 원내대표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핵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며 “첫째 비대위원을 새로 뽑고 둘째 첫 회의에서부터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조기 복당을 주장하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을 비판하는 등 청와대와 각 세운 점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친박의 기류를 알고 있는 정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건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친박계 반발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와 무산된 전례가 있어 기존 인선안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親朴·非朴 숨고르기…비대위원 교체가 관건=계파 갈등은 한풀 꺾였다. 친박 중진인 서청원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중진 회동이 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도 “빠른 시일 내에 당이 수습될 수 있도록 여러 형태의 물밑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양측 모두 수습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 인선안을 철회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친박은 위원 추가 선임으로는 어림도 없고 기존에 임명된 김영우 김세연 이혜훈 위원을 빼야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 김무성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깝거나 국회선진화법을 주도적으로 만든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기존 인선안을 유지하면서 친박 추천 위원을 추가로 임명하는 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당 밖에 어르신들을 많이 찾아뵀는데 (영입이) 여의치 않아 결국 당내문제를 당내 인사로 풀 수밖에 없었다”며 “젊은 중진들을 전진 배치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이 제 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거취 압박 정진석 "자리에 미련 없지만 당 혼란이 걱정"
입력 2016-05-19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