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조폭들이 가짜 서류 만들어 전세자금 36억원 불법 대출받아

입력 2016-05-19 14:45
허위서류를 만들어 은행·보험사를 상대로 36억원대의 전세자금 대출 사기를 벌인 조직폭력배 등 57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가짜 전세계약서로 은행·보험사에서 정부가 저리로 융자지원하는 36억여 원의 전세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광주지역 모 폭력조직의 A씨(30) 등 21명을 구속하고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달아난 4명에 대해 체포영장(지명수배)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A씨 등은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직자 등을 모집한 뒤 허위서류를 만들어 은행으로부터 34회에 걸쳐 36억여 원을 불법대출 받은 혐의다. 이들은 유령회사 16개를 설립한 뒤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입출금 거래내역 등 대출 서류와 전세 계약서를 가짜로 만들어 은행 5곳과 보험사 3곳으로부터 1인당 8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챙겼다.

대출사기를 주도한 조직폭력배 13명은 대출금의 60% 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으며 나머지 모집책이나 대출자, 아파트 명의자는 각각 10~20%를 나눠가졌다.

이들은 신용등급이 낮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선후배 등에게 “대출이 가능하도록 신용등급을 높여 대출받도록 해주겠다”고 접근해 대출자 역할을 맡도록 했다.

이후 부동산 중개사와 금융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유령회사의 전화를 실제 받는 여직원을 채용하는 등 치밀한 범행수법을 활용했다. 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6개월마다 사무실을 옮겨 다니면서 광주와 천안에서 시가 28억원 상당의 아파트 15채를 구입해 범행에 이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은행과 보험사 간 전세자금 대출 상황이 공유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동일한 전세 계약서로 같은 날 은행과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대출로 챙긴 돈 대부분을 도박이나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고 밝혔다.

A씨 등 조직폭력배들은 대출 조건에 맞게 신용등급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대출 명의자 신용카드를 최대 16개까지 만들어 200만~300만원씩의 카드 한도까지 전액 사용한 뒤 폐기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이 사용한 금액은 모두 대출자 부담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송기주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전세자금 대출은 국가가 무담보로 무주택자들을 보증하는 방식인데 은행에서는 서류 심사만을 통해 적격, 부적격을 판단한다”며 “대출사기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개선대책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은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임차보증금의 70% 이내, 최대 1억2000만원을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