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국제구호재단 기아대책의 릴롱궤 아동결연사업(Child Development Program·CDP) 센터에서 출발한 모바일 라이브러리 트럭은 먼지가 자욱한 비포장도로를 30여분 달려 핀예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릴롱궤 쓰레기 소각장 옆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매캐하게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납니다.
기아자동차가 제공한 1t 트럭이 마을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뛰어나옵니다. 마을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어른들도 반가운 웃음으로 맞이합니다.
트럭이 마을 교회 앞마당에 도착하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아이들은 학년에 맞춰 자기들이 공부할 교실로 나눠서 모입니다.
아이들의 교실은 교회 건물 그늘과 주변 폐가의 그늘입니다. 폐가 옆 공간 땅바닥에 시멘트만 발라놓은 곳입니다. CDP 스태인 로이드가 아이들과 함께 이동식 칠판을 옮겨오면서 교실이 완성됐습니다.
로이드 선생님이 책을 나눠주고 칠판에 오늘 배울 제목을 적습니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책을 폅니다. 초등학교 5~6학년 반의 오늘 수업 내용은 ‘Alinafe and Grandparents’입니다.
여기 모인 학생들은 이동 교실이 아니었다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무언가를 찾아다닐 빈민층 아이들입니다.
기대봉사단은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이곳을 찾아옵니다. 아이들을 수준별 4개 과정, 5개 반으로 나눠 센터 소속 스탭들이 영어를 가르칩니다. 이곳 아이들은 주변 초등학교에 다니거나 아예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출석부도 따로 없습니다. 그날 모이는 대로 공부합니다.
기대봉사단 강원화 선교사는 “스태프 수 등을 감안해 학생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싶었지만 오는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모두 가르친다”고 합니다.
마을 교회 십자가 밑에는 반가운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교회건물을 기부한 사람 탤런트 윤유선씨입니다. 몇 해 전 이곳 마을에 촬영을 다녀간 뒤 교회를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핀예 쓰레기 마을엔 그래도 꽃이 핍니다.
글·사진=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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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9 13:44